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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쓸 만한 사람이 없다? (손봉호)
 관리자  | 2008·05·19 11:50 |
  사람은 많은데 쓸 만한 사람이 없다고 한다. 세계에서 인구 밀도가 세 번째로 높고 실업자가 너무 많아 큰 걱정인데도, 정작 쓸 만한 사람은 가뭄에 콩 나듯 한다. 대졸자와 박사 학위 소지자들의 수에서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고, 빈자리 하나 나면 수십, 심지어 수백 명의 후보자가 몰려드는데도, 정작 필요한 인물은 보이지 않는다. 기업, 교육, 종교, 문화, 법조, 언론, 심지어 시민 운동계조차 인물난을 겪고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정치계와 관료계다. 우리나라만큼 정치 지망생이 많은 나라도 많지 않을 텐데, 도무지 국민이 쓸 만한 정치인을 찾기란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렵고, 쓸 만한 공무원도 그렇게 많지 않다. 정치와 그와 연관되어 있는 행정부와 법조계가 우리 사회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을 보면 거기에 쓸 만한 인물이 태부족임을 알 수 있다. 신당 창당에도 어중이떠중이가 다 몰려 올 것이나, 쓸 만한 사람 찾기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쓸 만한 사람이 부족한 것은 사람들의 능력이 모자라서도 아니고 지식과 기술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우수한 능력을 타고난 사람들이 매우 많고 정상 수준을 넘은 교육열로 그 능력을 개발하는 데도 결코 남에 뒤지지 않는다. 그 결과 비록 최고 수준은 아니지만 지식과 기술이 그렇게 뒤떨어지지는 않는다. 반도체 기술은 세계 최고의 수준이고, 자동차와 선박 제조도 일류에 속한다. 적어도 지식과 기술에 관한 한 우리 나라는 선진국 대열에 속한다.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 덴마크, 스웨덴, 호주 등 선진국이 가진 기술 가운데 우리가 갖지 못한 것과 우리가 가졌는데 그들이 갖지 못한 것을 비교해보면 우리 기술 수준이 결코 뒤진 것으로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그들 나라는 우리처럼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으면 군 복무도 못할 정도로 교육 수준이 높지도 않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들 나라보다 못 산다. 경제적으로도 못 살 뿐 아니라 삶의 다른 지표에서는 더더욱 뒤떨어진다. 지식과 기술에서 쓸 만한 사람이 적어서가 아님은 분명하다. 정직하고 성실한 인재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고등 교육을 받고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데도 상당수의 우리 정치인들이 쓸모 없는 것은 정직성과 성실성이 부족하고, 나라와 국민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권력과 자격 없는 정당의 이익에 더 충성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만큼 두뇌가 우수하고 고등 교육을 받은 공무원과 법조인이 많은 나라는 전 세계에 없다. 그런데도 엄청난 액수의 세금은 계속 낭비되고 있고 유전무죄, 유권무죄란 냉소주의가 만연될 만큼 사회 기강이 흐트러진 것은 그들을 먹여 살리는 국민을 섬기기보다는 무사안일과 자신의 영달에 모든 관심을 쓰는 공무원과 법조인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기업에도, 학계에도, 심지어 종교계에서조차도 자신의 맡은 일에 헌신하기보다는 자신의 위치와 이익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우글거린다. 자기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 결국 사회에도 이익이 된다는 자본주의 이론가 만더비어의 주장은 사회의 합의된 규칙이 지켜질 때만 어느 정도 타당하다. 그러나 그것을 지킬만한 소양이 없는 자들의 사익(私益) 추구는 사회의 악밖에 생산할 수 없다.
  
  쓸모 있는 인재가 되려면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이 무서운 교육열이 쓸모 없는 사람들을 다량 배출했다면 그 교육이 잘못된 것임이 분명하다. 적어도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지식 교육만으로는 쓸모 있는 인간을 만들 수 없음이 드러났다. 오히려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이 지식과 기술도 효과적으로 배우고, 자신과 사회에 유익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제대로 되어야 지식이 빛나지, 지식만 가져서는 쓸모 있는 인간이 되지 않는다.

  사회가 계속 이렇게 혼탁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비웃음 받고 무례한 자들이 우선권을 갖는 이런 상황은 하루 빨리 끝나야 한다. 조만간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빛을 볼 때가 올 것이며, 반드시 와야 한다. 잔꾀, 잔재주로 출세할 수 있는 확률보다는 원칙과 정직으로 성공할 확률이 지금도 이미 높고 앞으로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비록 느리지만 조금씩 질서가 개선되고 있고, 시민들의 의식이 합리적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자녀들의 출세에 관심이 많은 우리 부모들은 그런 미래에 맞추어 자녀를 키워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부모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들이 출세하는 사회가 빨리 이루어질 것이다.

발췌 - 「울림・열림・어울림」 (철학과현실사) 중에서


손봉호 │ 성숙한사회가꾸기모임 상임공동대표
동덕여대 총장
서울대 명예교수
세종문화회관 이사장
서울문화포럼 대표
서울시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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