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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아, 그리운 청빈(淸貧) (손봉호)
 관리자  | 2008·05·07 12:05 |
  청렴하면서 가난한 것을 청빈(淸貧)이라 한다. 그러나 청렴하더라도 단순히 게으르거나 무능해서 가난하게 된 것과는 달리, 청렴이 가난의 원인이 될 때만 그 가난을 청빈이라 한다. 물론 일반 서민들도 정직하고 의롭게 삶으로 가난해질 수 있으나, 불의와 타협할 유혹을 가장 많이 받는 것은 공직자이므로 청빈은 주로 공직자들에게 해당된다. 덕과 능력이 있어 큰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오를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 앉는 것 그 자체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여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데도 도덕적인 이유에서 타협을 거부함으로써 가난하게 되는 사람을 청빈하다 한다. 중국 고사에 나오는 소부(巢父)와 허유(許由)는 부귀 영화를 보장하는 벼슬을 거절하고 가난하게 산 청빈의 표본이며, 조선시대의 황희(황희)정승은 공직에 있으면서도 관복(官服)을 장만할 수 없을 만큼 가난했다 하여 청빈의 전형으로 존경받아왔다.
  청빈이란 표현이 이미 「후한서(後漢書)」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옛날에도 청렴한 공직자는 대개 가난했던 것 같으며, 오늘날에도 대부분의 사회에서 청렴한 공직자와 정직한 서민들은 가난하게 된다. 정직한 사람이 가난하게 되는 정도는 그 사회의 도덕적 수준에 반비례하며, 청빈의 정도와 청빈에 대한 사회적 존경은 그 사회의 부조리에 비례한다 하겠다. 그리고 정직하고 의로운 서민이나 공직자가 경제적으로 가난하게 된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사회에서 불의와 부패가 주로 물질적인 이익과 연계되어 있다는 것과, 공직에는 항상 부패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공직과 도덕성이 병립하기가 쉽지 않음을 동시에 보여준다.
  서양에서도 명예롭게 가난한 사람이 존경받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동양에서처럼 그렇게 높이 평가되지 않으며, 그런 가난을 감수하는 사람에 대한 존경보다는 오히려 청빈을 불가피하게 하는 부조리에 대한 비판과 항의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청빈에 대한 존경도 청빈의 원인이 되는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간접적인 항의요, 그런 상황에 대한 적극적인 비판과 함께 정의로운 사회 질서에 대한 열망의 한 표현이다. 그러므로 그런 존경이나 비판은 모두 사회 개혁의 중요한 정신적 자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 사회의 여러 가지 부조리는 청빈에 대한 존경 같은 소극적 방법만으로는 제거되기가 어렵다. 청빈을 불가피하게 하는 사회의 무질서는 정직한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약자들을 억울하게 하고 결과적으로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해를 끼치므로, 구조 개혁과 같은 적극적인 방법으로 제거되어야 한다.

■ 발췌 - 「울림・열림・어울림」 (철학과현실사) 중에서

손봉호 │ 성숙한사회가꾸기모임 상임공동대표
동덕여대 총장
서울대 명예교수
세종문화회관 이사장
서울문화포럼 대표
서울시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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