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사회가꾸기모임
꼭대기로 올라갈까요?

 

 

 






[추모사] 김태길 선생님 영전에
 관리자  | 2009·06·03 10:46 |
  선생님, 이 무슨 슬프고 충격적인 소식입니까? 아직 하실 일이 태산 같이 많으신데, 선생님께서 벌써 떠나시다니요.  믿기지가 않습니다.

  두 달 전부터 선생님의 기력이 조금씩 떨어져 힘들어 하시는 줄은 알았지만 저희들은 곧 회복하시리라 믿었습니다. 또 믿고 싶었습니다. 이 십여 년 넘게 거의 매일 출근하시던 철학문화연구소에 몸이 불편하시어 나오지 못하시는 몇 주 동안에도, 저희들은 곧 일어나시리라 믿고 문병이 오히려 회복에 방해가 될까 하여 문병도 미루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홀연히 가시다니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두고 열띤 토론을 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이제 어디를 둘러보아도 그 인자하시던 모습을 뵈올 수 없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 가득 슬픔이 차오릅니다.

  선생님은 거의 1세기에 가까운 격동의 시대를 사시면서 보다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신명을 다 바치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우리 사회의 빛으로, 우리사회를 성숙한 사회로 가꾸려는 사람들의 중심에 계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광복 후 우리사회의 어지러운 현실을 체험하시고, 현실을 바로잡고 개혁하기 위한 청사진을 윤리학에서 찾고자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선생님께서는 우리나라의 현대 윤리학을 학문적으로 정초하셨으며, 규범윤리학에서부터 분석윤리학에까지 그리고 이론적 탐구에서 현실적 실천에까지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엄청난 업적을 이루었습니다. 대학 시절 저희들이 배운 선생님의 저서 『윤리학』은 지금도 저희들이 대학에서 『윤리학』강좌의 교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수십 년 간은 그것을 능가할 저서가 나오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선생님께서 서울대에서 퇴직하신 후에 학문적 열정을 계속 불태우며 집필하신 『변혁시대의 사회철학』또한 『윤리학』과 쌍벽을 이루는 명저로 기억될 것입니다.

  선생님께서 저희들에게 끼친 영향은 비단 학문적 배움에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명민한 지성뿐만 아니라 따뜻한 인정을 겸비한 북극성과 같은 스승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항상 저희들에게 작은 나의 몸뚱어리에 국한된 협소한 자아에 사로잡히지 말고, 민족과 인류까지도 나 자신으로 여길 수 있는 대자아를 형성해야만 큰 인물이 될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우리사회의 문제, 인류의 보편적 문제까지도 나의 문제로 승격시키고 해결을 추구할 수 있어야 진정한 지성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리고 몸소 모범을 보이셨습니다. 그러면서도 저희 제자들 하나하나의 작은 삶의 문제들에까지도 도움을 주기위해 손수 발 벗고 애쓰시던 그 자상하시던 모습을 저희들이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선생님을 철학자이면서 동시에 수필가로 기억하실 것입니다. 선생님의 수필은 정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왔으며, 그 사랑은 또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입니다. 『흐르지 않는 세월』은 아마도 세월을 뛰어넘어 문학과 철학을 융합하려는 시도의 영원한  모델이 될 것입니다.

  저희들은 동시에 선생님을 사회운동가로 기억할 것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어렵게 모은 사재를 모두 희사하는 어려운 결단을내려, 심경문화재단과 철학 문화 연구소를 창설한 후, 철학의 대중화 운동을 이십년이 넘게 실천해 오셨으며, 몇 년 전 부터는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성숙한 사회 가꾸기 모임’을 앞장서 이끌어오셨습니다. 이러한 활동은 저희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누군가의 선구적인 살신성인의 모범만이 사회개혁의 물꼬를 띄울 수 있다고 강조하셨으며, 학문과 삶을 일치시켜야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선생님께서는 진정한 철학은 현실을 기반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이런 신념이 없었다면 그토록 치열했던 실천철학이 어찌 가능했겠습니까.

  선생님, 이제 누가 있어 저희들에게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으며, 흔들리는 우리사회에 무게 중심을 잡아주겠습니까. 누가 선생님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겠습니까.  너무나 가슴이 허전합니다.

  선생님은 한 마리 학이었습니다. 고고하면서도 다정다감했던 학은 이제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말았습니다. 이제 더 이상 그 고고한 자태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가슴이 저며 옵니다.

  선생님, 마지막으로 선생님께 자세하게 보고 드리지 못한 일에 관해 말씀드리고자합니다. 금년 선생님의 구순을 기념하여 선생님의 문하생들이 모여 선생님의 삶과 사상을 조명하는 책을 내기로 한 것은 선생님께서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이와 함께 선생님의 귀중한 저서와 논문들이 흩어져 유실되기 전에 전집도 간행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저희들은 선생님의 저술들을 정리하다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논의한 그 방대한 분량의 저술에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처음 계획은 철학저술과 수필집 모두를 함께 묶어 전집을 내려고 했지만, 너무나도 방대하여 1차로 철학 전집만 내기로 하고 수필전집의 간행은 다음 기회로 미루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철학 전집만 해도 500쪽 분량으로 15권에 이릅니다. 수필전집의 분량도 이와 비슷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15권 철학전집의 출간은 한국 사상계의 한 획을 끗는 기념비적 사건이 될 것입니다. 선생님의 구순에 맞추어 금년 11월 15일까지 출간하기로 한 계획은 선생님께서 계시지 않더라도 차질 없이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 그동안 저희들에게 베풀어주신 가르침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들고 선생님께서 뿌린 씨앗이 새로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선생님 영전에 올립니다.

  선생님께서 자주 저희들에게 천하의 영재들을 제자들로 둔 일은 인생의 크나 큰 즐거움이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선생님의 기대를 흡족하게 충족시켜 드리지 못한 저희들로서 송구스러운 마음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만, 저희들은 선생님을 스승으로 모실 수 있어서 한없이 기뻤으며, 선생님의 제자라는 사실이 너무나 자랑스러웠습니다. 이런 기쁨과 자랑스러움은 저희들이 살아있는 한 그대로일 것입니다. 선생님은 저희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계실 것입니다.
선생님, 이제 그 치열했던 삶의 짐을 모두 내려놓으시고, 하늘나라에서 저희들을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2009년 5월 30일
문하생 이한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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