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사회가꾸기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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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사] 학은 가고 솔만 남아!
 관리자  | 2009·06·03 10:34 |
  우송(友松)선생님 이렇게 저희들 곁을 훌쩍 떠나셨다니 정말 믿기지가 않습니다. 수일 전 선생님을 뵈었을 때 병상에서도 저희들을 각기 알아보시고 평소와 다름없이 손을 꼭 잡아주시던 선생님! 조만간 훌훌 털고 일어나실 줄로 믿었건만 그것이 마지막 만남이었다니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이제는 다시 못 뵈올 것이라 생각하니 살아계실 적에 보다 자주 찾아 뵙고 정담을 나누지 못한 것이 죄송하고 미안할 따름입니다.

선생님께서는 겉으로 차가운 듯 근엄하신 외모와는 달리 속내로는 정이 많고 마음이 따뜻한 스승님이셨습니다.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함께하신 선생님! 선생님은 언제나 맑고 고결한 한마리 학과도 같으셨습니다. 우송이라 하여 소나무(松)의 벗(友)으로 불리셨으니 그것은 틀림없이 선비들이 그리도 좋아했던 장수를 누리는 순백의 학이십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항상 송학이 함께하는 장생의 상징이셨거늘 어찌 이리도 선뜻 떠나셨습니까. 학이 떠나버린 빈자리 소나무는 쓸쓸하기만 합니다.

우송선생님! 우리 제자들은 지금 큰 스승님을 잃은 상실감과 비통함에 젖어 있습니다만 이제 저희들도 슬퍼만 하기에는 선생님이 남기신 과제가 너무나 많은 듯 합니다. 저희 제자들은 선생님이 평생 추구하시고 못다한 큰 뜻을 받들기 위해 서로 화합하고 힘을 모을 것입니다. 선생님이 계실 때는 그 앞에서 어리광 부리듯 저희들끼리 서로 다투기도 하고 투정을 부리기도 했지만 이제 저희들도 어른이 되어야 겠습니다.

성숙한 사회가꾸기, 그리고 철학의 현실화를 통한 현실의 철학화는 선생님이 저희 후학들에게 남기신 영원한 숙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선생님이 남기신 큰 뜻과 염원을 가슴 깊이 새기면서 못난 제자들이지만 보다 성숙한 세상을 향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하늘에서나마 굽어 살피시고 저희들을 격려하며 지켜주십시오.
선생님 이제 모든 시름에서 벗어나 평안히 쉬십시오.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이 선생님과 유족들에게 듬뿍 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서울대 철학과 황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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