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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종교의 자유는 종교를 갖지 않을 자유까지도 함축한다. (이한구)
 관리자  | 2008·09·11 13:52 |
  우리 헌법에는 엄연히 종교의 자유가 명시되어 있다. 여러 종교 중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종교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종교다원주의를 전제로 한다. 종교다원주의란 모든 종교를 대등한 차원에서 인정하는 것이며, 사이비종교가 아닌 한 모든 종교가 나름대로의 다양한 구원의 길을 제시한다고 보는 것이다.

  종교의 자유는 또한 종교를 갖지 않을 자유까지도 함축한다. 말하자면 그것은 선택의 자유뿐만 아니라 어떤 것도 선택하지 않을 자유까지도 보장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종교국가가 아닌 한 종교는 공적 영역이 아니라 사적 영역에 속한다. 사적인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남의 종교를 묻는 것은 남의 나이나 결혼 상태를 묻는 것 못지않게 결례가 된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여러 종교가 비교적 평화롭게 공존하는 종교다원주의의 사회였다. 이런 평화가 최근에 종교 편향적 태도로 국사를 다루는 몇몇 고위 공직자들이나 다른 종교를 폄하하는 언동을 함부로 하는 소수의 종교지도자들 때문에 위협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사실이라면 이것은 갈등의 씨를 뿌리는 매우 어리석은 짓이며 시대착오적인 일이다.

  설사 이런 행위가 남의 영혼을 구제하겠다는 숭고한 의도에서 나왔다고 할지라도, 이것은 명백히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며, 동시에 종교인으로서의 사적인 지위와 공직자로서의 공적인 지위를 혼동한 것이다. 이것이 정당화되지 않는 것은 대다수의 종교전쟁이 영혼을 구제한다는 이타적 동기에서 나왔다고 할지라도 정당화되지 않는 것과 같다.


글쓴이 : 이한구
성균관대 교수
「철학과 현실」 편집위원장
전 한국철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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