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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자기 삶을 찾는 교육 (도재원)
 관리자  | 2008·09·05 11:42 |
                
  사람은 모두가 개성이 있다. 개성이 있다는 것은 모두가 다르다는 뜻이기도 하다. 교육은 각자가 개성을 잘 살려서 자기 모습을 찾아 살도록 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교육은 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각자가 가지고 태어난 서로 다른 소질과 능력을 최대로 계발해서 이웃과 함께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사람은 다른데 한 가지 잣대로 출세를 재다보니, 개성은 녹이 슬고, 다양성이 인정되지 않아 학년이 높아갈수록 자신을 잃는 사람이 속출하게 된다. 교육은 누구는 생기가 나고, 누구는 풀이 죽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모두가 꿈을 가지고 신나게 살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철저하게 ‘나’는 ‘나’라는 인식을 가지게 해야 한다. 지구상에 수십억의 사람이 살지만 나와 똑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고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없을 것이다. ‘나’의 특성을 가진 ‘나’는 오로지 ‘나’ 하나뿐이다. 하나뿐인 것은 귀하다는 것이고, 모두가 귀하기 때문에 남을 부러워할 필요도 없고 무시해서는 더더구나 안 된다. ‘나’가 ‘너’보다 못하거나 잘난 것이 아니라 나는 너와 다른 것이다. 키 하나만 보더라도 키가 큰 사람은 농구나 배구할 때는 유리하지만 체조를 할 때는 오히려 키가 작은 사람이 유리하다. 신이 각자에게 주신 특성은 좋고 나쁜 것이 아니라 다를 뿐이다. 나는 나로 너는 너로 만들었으니 뽐낼 것도 없고 움츠릴 것도 없이 당당하게 살아야한다.

  거창고등학교는 출세 현수막을 걸지 않는다. 내가 사는 지역뿐 아니라 가는 곳 마다 이런 현수막들이 걸려있는 것을 흔히 본다. <축! 제 몇 회 졸업생 000 사시 합격. 00동문회> <축 승진! 누구의 아들 000 사무관 승진> <축! 00동호인 000의 아들 아무개 박사학위 취득, 00동호인일동> <축! 서울대학교 몇 명 합격, 00학교 동창회>. 거창고등학교는 이런 현수막을 걸지 않는다. 읍민이나 학부모 중에서 왜 거창고등학교는 사법시험 합격자나 서울대합격자의 축하현수막을 걸지 않느냐고 항의 비슷한 어조로 묻는다. 학교에서의 대답은, 농촌에서 고생하며 자란 우리학교 졸업생이 농촌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들어 주겠다는 생각으로 농대를 들어가서 졸업하자마자 농촌으로 들어올 때 <축! 000 농부가 되어 고향에 돌아오다.> 라는 축하 현수막을 걸지 못했다. 그런데 사법시험 합격자의 축하 현수막을 건다면 사시 합격은 좋은 일이고 농부가 되는 것은 별로 라는 생각을 학생들에게 간접으로 교육하는 셈이다. 거창고등학교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는다. 사람이 직업에 따라 존경받고 천대받는 것이 아니어야 하기 때문이다. 교사 임용고시에 합격한 사람이 사무관 진급한 사람보다 못하단 말인가. 서울대 합격자만 훌륭하고 지방대 합격자는 그저 그렇단 말인가. 지방대 합격자도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고 앞으로 그들의 삶은 아무도 모른다. 대학입학 하나만으로 사람을 재단한다는 것은 큰 죄를 범하는 일이다. 거창고등학교에서는 대학합격자 명단을 작성할 때도 서울대부터 쓰지 않고 대학이름의 가나다순으로 작성한다. 개개인 능력을 우열로 보지 않고 조화를 이루어야할 다름으로 본다는 뜻이고, 직업으로 사람을 재단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많은 것을 보았고 많은 것을 느꼈다.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사 강당에 들어가기 전에 출입문 위에 붙어 있는 흉상들을 보았다. 그 강당은 노벨상 수상자들이 만찬을 하는 장소라고 한다. 안내자가 우리에게 묻기를 저 흉상들이 누구의 것이겠느냐는 것이었다. ‘노벨상 수상자중 특별한 사람이다.’ ‘역대 시장들의 것이다.’ 한국 사람의 생각으로는 그럴듯한 얘기는 다 나왔다. 그러자 안내자가 한국 사람의 정서로는 알 수가 없다고 하면서 그 사람들은 이 강당을 지은 목수, 미장이, 실내 장식가, 설계사, 건축가 등등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누구를 걸었을까를 한참을 생각해보았다. 역시 우리의 정서로는 맞출 수가 없겠구나 하고 씁쓸해 한 적이 있다.

  그 나라에서는 학생이 원하면 대학까지는 물론이고 자국 내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기 까지 학비를 정부가 다 지원해 준다고 한다. 그럼에도 전체의 20%정도만 대학진학을 한다고 한다. 진학을 하지 않는다는 한 학생에게 왜 대학진학을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 학생이 자기는 공부머리가 좋지 않은데 진학해서 공부스트레스 받는 것 보다 재미도 있고 자기가 잘 할 줄 아는 것을 찾아 즐겁게 살 것이라고 했다. 진로가 이렇게 선택되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아이들이 그렇게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어른들이 만들어주어야 하겠지. 교육도 서로 다른 사람을 한 가지 잣대로 재서 경쟁에서 이기는 사람 길러내서 그들만 우쭐대며 사는 세상이 아니라, 사람이 각자 저마다 다르게 가지고 태어난 소질과 능력을 최대로 계발해서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세상 만들어야 하지 않는가.

  신은 사람을 완전한 사람으로 만들지 아니하고, 서로 다르게 만들었다. 각 사람에게 서로 다른 특성을 주어 그 특성을 살려, 서로 도와 평화롭게 함께 살라는 것이다. 힘이 센 사람은 남을 누르라고 힘을 준 것이 아니라, 힘이 약한 사람을 도우라고 준 것이다. 공부를 잘 하는 능력을 주신 것은 출세해서 남 위에 서라고 준 것이 아니라 못 배워서 멸시받고 천대 받는 사람을 도우라고 준 능력이다. 부자가 되게 한 것은 혼자만 배불리 먹으라고 한 것이 아니라 헐벗고 굶주리는 사람에게 나누라고 준 것이다. 팔다리가 멀쩡한 사람은 굴리기 힘들어 하는 장애인의 휠체어를 밀어주라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서로 귀하게 여겨 다름을 존중하고, 직업으로 사람을 재단하지 않고 타인의 직업을 인정하고 스스로는 자기 직업을 성실히 수행하는 사람이 되도록 교육해야 한다. 우리 젊은이들이 남의 축에 빠질까 전전긍긍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삶을 찾아 사는 사람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쓴이 : 도재원
거창고등학회 재단이사장
전 거창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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