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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올림픽 반대운동 (손봉호)
 관리자  | 2008·09·03 11:59 |
  북경올림픽 경기에서 우리나라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잘한 것으로 드러났으니 장하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우리보다 인구도 많고 돈도 많은 일본에 앞섰으니 좋아할 만도 하다.

  그런데 이번 경기에 참여한 204개국 가운데서 77개국만 한 개 혹은 그 이상의 메달을 땄고 나머지 127개국은 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했다. 그들 나라 국민들은 지금 어떤 심정일까? 비록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참여했겠지만 그래도 행여나 하고 어느 정도의 성취는 기대했을 것이다. 그런데 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하고 돌아가는 선수들의 마음은 얼마나 미안하며 국민들은 얼마나 씁쓸하겠는가? 우리의 성취에만 들떠 좋아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실망감도 좀 생각해 주는 것이 같은 지구위에 사는 사람의 예의가 아니겠는가?

  메달을 전혀 따지 못했거나 동메달 한두 개를 딴 나라들은 거의 예외 없이 가난하다. 물론 과거 동독이나 지금의 북한처럼 운동경기우승을 체제의 유지나 선전으로 이용하기 위하여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경우나, 중국이나 한국처럼 국가가 조직적으로 선수선발과 훈련을 도와주는 예외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국력과 메달의 수 간에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올림픽은 전 인류의 축제라 하지만 실제로는 부자나라들의 축제가 되고 말았다. 더군다나 텔레비전 중계방송이 광고에 이용되고 그 때문에 주최국이 막대한 방송료를 받는 등 돈도 벌 수 있게 되어 올림픽은 경제적으로도 매우 매력이 있다. 거기다가 한국과 중국 등 몇 나라들에서는 메달을 따는 선수들이 막대한 액수의 보상금까지 받을 수 있어 이 경기는 하나의 거대한 돈 잔치가 되고 말았다.

  근대 올림픽은 1894년 시작될 때 여성참여를 배제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지만 1992년에 스포츠로 돈을 버는 전문 스포츠맨(professional)도 경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 타락의 가장 중요한 계기가 되고 말았다. 가난한 나라들에선 아직도 스포츠로 돈을 버는 선수가 없고 수영이나 다이빙 같은 경기는 비싼 시설도 필요해서 가난한 나라 선수들이 이들 종목에서 메달을 따 본적이 없다. 마라톤처럼 연습하는데 돈이 별로 들지 않는 경기에만 후진국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운동경기란 경기하는데서 재미를 느끼는 것이 정상인데, 돈이 중요해진 오늘의 스포츠에서는 선수들은 돈을 위하여 중노동을 하고 재미는 관객들이 누리는 것으로 되어 있다. 돈은 모든 것을 타락시키지만 인류의 축제라는 올림픽조차도 돈독이 올라 진정한 스포츠는 점점 멸종되고 있다.

  1972년 독일의 뮌헨올림픽 때 유럽의 몇 나라에서는 올림픽 반대위원회(Anti-Olympic Committee)가 조직된 일이 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그런 움직임에 대해서 전혀 들어보지 못했다. 요즘 올림픽 성공에 흥분해있는 상황에서 잔칫상에 재 뿌리는 소리요, 돌 맞아 죽기 딱 알맞을 주장이겠지만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올림픽 반대운동이나 아니면 적어도 올림픽 개혁운동이라도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 한다.  


글쓴이 : 손봉호
전 동덕여대 총장
서울대 명예교수
세종문화회관 이사장
서울문화포럼 대표
서울시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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