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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방생의 기쁨 (황병기)
 관리자  | 2008·08·29 10:25 |
  얼마 전 밤에 안방 욕실로 들어가려다 깜짝 놀랐다. 어떻게 들어왔는지 욕조 안에 초록색 청개구리가 의젓하게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찬찬히 들여다보니 청개구리의 앉음새가 비록 의젓하기는 하나 깊고 미끄러운 욕조 안에 꼼짝없이 갇힌 형국이었다. 내가 들어오기 전까지 거기서 나가려고 무진 애를 쓰다가 지쳐 포기하고 있는 지도 몰랐다. 그 딱한 모습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침팬지가 했다는 말이 생각이 났다.


  미국 어떤 주립대의 한 연구팀이 동물의 지능 한계를 알아보기 위해 15세 된 침팬지에게 수화를 가르쳤다고 한다. 갖은 노력을 다해서 140여 개의 단어를 가르치고 이 단어들을 자기 생각에 따라 결합할 수 있도록 훈련한 것이다. 이 침팬지가 수화를 통해서 의사표현을 할 수 있을까? 한다면 어떤 의사표현을 할까가 중요한 관심사였다. 이 훈련을 받은 침팬지가 맨 처음으로 표현한 말은 놀랍게도 “Let me out.” 이었다. 나를 자유롭게 놓아 달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읽고 나는 아, 자유란 침팬지 같은 동물에게도 그 어떤 것보다 우선하는, 간절한 것이로구나 하며 감동했었다.


  욕조에 갇힌 개구리도 침팬지처럼  ‘날 내보내 주시오’ 하고 가여운 눈을 디룩 디룩 굴리고 있었다. 나는 창문을 열고 개구리를 밖으로 내보내려 했지만 그리 만만찮아서 쩔쩔 매는데, 집사람이 종이 상자 뚜껑을 가져와 덮더니 간단하게 창  밖으로 던져버렸다. 우리는 이 아름답고 귀여운 청개구리를 욕실 밖 정원으로 보내고 나니 가슴이 후련해지고 기분이 썩 좋았다. 하긴 let me out 은 글자 그대로 방생(放生) 아니던가


글쓴이 : 황병기
국악인
이화여대 명예교수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연세대 특별초빙 교수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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