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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이제는 지구가 하나의 세상 (곽수일)
 관리자  | 2008·08·27 10:19 |
  지난 8월 11일 서울을 떠나 시카고로 비행하는 중에 일어난 일이다. 알라스카에 있는 화산이 며칠 전 폭발하여 비행항로를 북극 쪽에서 하와이의 남쪽으로 바꾸는 바람에 시카고 도착이 2시간 이상 지연되었다. 이는 화산재가 기존의 비행항로에 올라와 있어서 만일의 경우에 화산재가 비행기 엔진으로 흡입되는 경우 엔진고장이 발생하기 때문에 부득이한 항로변경이었다. 그 결과, 미국 국내선에 연결하여 여행하려고 한 80여명의 탑승객이 비행기를 놓치는 소동이 일어났다. 결국 우리 비행기회사에서 숙식을 제공하며 다음날 비행편을 잡아주는 수고를 친절히 해주었다. 이와 같이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저 멀리 알라스카의 화산이 폭발해도 즉각 우리 생활에 영향을 주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미국에 도착하여 현지 교수들을 비롯한 재계의 인사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미국경제가 서브 프라임 모기지에서 비롯된 금융위기를 시작으로 하여,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면서 디프레션에 가까운 단계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 일치된 의견이다. 즉, 주택담보채무를 제때 갚지 못하여 집들이 압류되어 공매되고 있고, 주식시장도 하향추세를 지속하다 보니, 미국 내 내수가 부진하여 경제가 지난 10년 어느 때보다 어렵다고 한다.

  경제상황이 어렵다보니, 기업들은 자연히 원가절약을 통하여 어려운 고비를 넘기는 생존전략을 쓰기 마련이다. 이렇게 미국 기업들이 원가를 줄이는 작업을 통하여 인원을 줄이고 비용절감을 하는 것이 경영의 기본이다. 그러나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며칠 전 뉴욕 타임스의 기사이다. 즉, 뉴욕에 있는 기업들이 원가절감 노력에 박차를 가할수록, 저 멀리 태평양 넘어 인도양에 접해있는 인도에서는 미국에서 주문한 서비스나 제품생산으로 붐을 일으키고 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사의 제목이 “뉴욕의 원가절감이 인도의 붐을 일으키다”였다.

  이와 같이 오늘날 우리의 생활을 돌이켜보면, 세계 어디에서 일어난 자연재해나 경제상황의 변동이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이 알고 있는 국제뉴스나 다른 나라들의 소식은 마치 우물 안 개구리식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뉴스매체인 TV나 신문이 국내 소식전달에 치중되어있고, 국제뉴스를 별로 다루지 않는 데 큰 요인이 있다.

  요사이 북경올림픽 때문에 온 나라 신경이 금메달에 매달려 있다. 그러나 중국이 올림픽 이후에 경기 침체가 예상됨에 따라 우리 경제도 걱정이라는 기사가 눈에 띤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중국경제가 앞으로 어려워진다면, 지구상에 어디엔가는 이제까지 중국경제의 도약 때문에 주눅이 들고 기를 펴지 못하던 국가나 지역, 또는 산업이 반사이익을 보게 될 것이며 붐을 맞게 될 것이다.

  이렇게 지구상의 국가와 경제와 산업이 하나의 네트워크를 이루어 한 지붕 밑에서 사는 세상에서, 우리도 성숙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외국에 대한 더 많은 이해와 소식을 접하여야 할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해외여행을 즐기고 있지만, 이제부터는 도시나 관광명소의 방문에서 그 나라를 이해하고 우리의 상대적 위치를 평가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이를 위하여 뉴스 매체들의 역할도 새롭게 정립되어야 하겠고, 국민 모두가 지구전체를 자신의 생활터전으로 생각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요구된다.        


글쓴이 : 곽수일
대한민국학술원 회원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전 서울대 경영대 학장
전 재정경제부 물가안정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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