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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울란바타르의 평양식당 (이택휘)
 관리자  | 2008·07·30 10:22 |
  7월초에 나는 시베리아 대륙횡단열차를 타고 바이칼호수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이르쿠츠크 시로부터 출발하여 몽골국경을 넘어서 몽골공화국의 수도 울란바타르까지 여행하였다. 원래 이 열차는 모스크바에서 시발하여 우랄산맥을 넘어와서 시베리아의 중심도시인 이르쿠츠크와 아름답고 장엄한 바이칼호수를 거쳐, 그리고 저녁 9시경까지 해가 지지 않는 아득한 시베리아벌판을 달려서 몽골국경에 이르고, 몽골국경을 넘어 울란바타르에 도착하고 여기에서 다시 중국의 베이징까지 가는 국제열차이다.

  우리 민족의 기원과도 관계가 있다고 전해지는 참으로 신비하고 평화로운 바이칼호수와 또한 우리 민족의 항일민족독립운동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유서 깊은 중앙아시아의 도시 이르쿠츠크, 그리고 아직도 사회주의식 관료주의의 관리방식으로 운영되는 시베리아 대륙횡단열차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우선 며칠간 묵었던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의 모습과 이 도시에서 북한이 직영하고 있는 “평양식당”에 관하여 이야기해야할 것 같다. 아니 평양식당에서 받은 충격부터 언급해야겠다.

  울란바타르 시내에는 꽤 많은 수의 한국 식당들이 있고 한두 군데의 북한 식당이 영업을 하고 있다. 그 중에 내가 가서 북한음식을 사먹은 식당이 “평양 오를락 식당”이다(중국이나 베트남 또는 캄보디아에 있는 북한 식당들도 대개 그 이름이 “평양식당”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평양식당은 울란바타르 시내 문화관건물 1층 한쪽에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아 개점한 지가 꽤 오래된 듯하였다. 식당 내부는 ㄱ자형으로 되어 있는데 북한에서 파견된 듯한 점원 서너 명이 일을 하고 있었다. 주문한 음식을 먹으며 벽마다 걸려있는 북한작가의 그림을 감상하다가 나는 한쪽 구석벽에 걸려 있는 그림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상당히 큰 사이즈의 기독교 성화 “예수의 최후의 만찬”이 거기에 걸려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나에게 충격이었다. 그들이 말하는 영웅적 지도자의 초상화들과 나란히 걸린 예수 그리스도가 12사도와 함께 만찬을 나누는 기독교의 성화가 거기에 있는 것이었다. 이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동행한 젊은 교수 몇 분에게 알려주니 그들도 놀라움을 금할 수 없는 듯하였다. 그리하여 이 사실을 주제로 북한 직영식당에서 북한음식을 먹으면서 즉석토론회가 벌어졌다. 결론이 날 리가 없다. 다만 감지할 수 있는 것은 무언가 더디고 분명한 표시는 없지만, 또 그것에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떤 변화가 있다는 점에 관하여 의견이 모아졌다. 북한 식당의 종업원들은 이 문제에 관하여 함구하여버리기에 총경리(사장) 면담을 신청했으나 부재중이라는 대답만 들었을 뿐이다.

  그날 밤 나는 맑은 몽골의 밤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빛나는 별빛 아래서 그리고 광막한 초원의 지평선에 걸린 커다란 사막의 달을 바라보면서 평양식당의 최후의 만찬의 뜻을 따져보다가 징키스칸 보드카의 취기에 잠이 들었다.


글쓴이 : 이택휘
전 서울교육대학교 총장
한양대학교 석좌교수
한영외국어고등학교 교장
(저서)
한국정치사상사
현대한국정치사(공저)
조선후기정치사상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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