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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8. 신경 써야 할 것과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 김도식
 관리자  | 2022·05·31 14:42 |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많이 쓴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하기 앞서서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지나치게 고려한다는 뜻이다. 여러 사람이 음식점에 가서도, 내가 먹고 싶은 것을 고르기보다는 남들이 먹는 것을 함께 시키는 경우가 꽤 있다. 굳이 튀고 싶지 않다는 심리가 작동하는 것이다. 자동차를 살 때도 남을 의식한다. 어떤 차를 굴리고 다니는가가 그 사람의 신분을 나타낸다는 생각이 있어서인지 남들에게 떳떳하게 보여줄 수 있는 차를 선호한다. 필자가 공부 마치고 샀던 첫차가 '프라이드'였는데, 가끔 호텔에 운전하고 들어갈 일이 있을 때, 쓸데없이 눈치를 보았던 기억이 있다. 호텔의 도어맨이 혹시나 무시할까 걱정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카푸어(car poor)'라는 소리를 들어가면서도 고급 차를 사는 모양이다. 반면에 서양 사람들은 남을 의식하여 자신의 선택을 바꾸는 경우는 별로 없다. 식사도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선택하고, 차를 살 때도, 남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와 무관하게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모델을 구매한다. 이런 서양 사람들과 달리, 우리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간다. 남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한,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당당히 골라도 되는데 말이다.

반대로, 우리는 남들을 의식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신경을 안 쓰는 경우가 꽤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공공장소에서의 흡연과 주차하면서 두 칸을 차지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아파트 생활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베란다나 욕실에서의 흡연은 연기가 다른 집으로 흘러 들어가서 그들의 삶에 불편을 주는데도 이를 개의치 않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래서 "실내에서의 흡연을 금해 달라."는 아파트의 안내문을 자주 보게 된다. 주차도 조금만 신경을 쓰면 다른 차 하나가 더 들어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을 밟은 상태로 미안한 마음도 없이 떠나버리는 운전자들이 심심치 않게 있다. 조금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여러 사람이 있는 식당에서 아이들이 자기 집처럼 뛰어다녀도 이를 방치하는 어른들의 태도 역시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이들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지만, 손님들이 소중한 시간과 돈을 사용하여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자 그 식당을 찾아온 것을 생각하면 분명 한 쪽이 다른 쪽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분명 전자는 남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사항임에도 지나치게 타인을 의식하면서, 후자의 경우에는 남에게 피해를 줌에도 개의치 않는다. 그러면 이러한 태도가 지니는 공통점이 무엇일까? 간단히 말하면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그렇다. 남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영역에서 신경 쓰는 것은 혹시 자신의 선택이 본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음식 선택의 경우, 공연히 누군가의 눈 밖에 날 것을 걱정하는 것이고, 자동차의 경우에는 다른 사람에게 무시당하는 것을 우려해서다. 둘 다 자신의 피해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반면에, 남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에서도 개의치 않는 태도는 흡연이나 부적절한 주차가 자신에게 피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발생한다. 결국, 행위자의 이기적인 사고가 자신을 불편하게 하기도 하고 타인에게 해를 끼치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공동체이다. 나만 편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남을 불편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소수의 자기중심적인 사람들로 인해서, 타인이 손해를 보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는 구성원들의 성숙도가 중요하다. 그러한 성숙도는 '황금률', 즉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고, 남에게 당하고 싶지 않은 취급을 남에게도 하지 않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필자의 어린 시절과 비교하면 우리의 민도(民度)가 많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보다 더 나아질 여지가 있다는 기대감이 지금 이 글을 쓰게 하는 모양이다.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가 바라는 성숙한 사회가 도래하기를 희망해본다.

글쓴이 / 김도식
건국대학교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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