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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4. 교육수준과 환경문제 - 손봉호
 관리자  | 2022·02·22 14:34 |
프랑스 경제학자 피케티(Thomas Piketty)와 그의 동료 연구자들이 지난해 5월에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양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교육과 이념의 관계가 어떻게 변했는가에 대해서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1955년까지만 해도 고소득자와 고학력자들이 모두 보수 정당을 지지한 반면, 저소득층과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진보 정당들을 지지했다. 그런데 고소득자들은 지금도 여전히 보수 쪽에 남아 있는 반면, 고학력자들은 1960년대부터 조금씩 진보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매년 고학력자들의 10% 정도가 진보 쪽으로 넘어가고 나머지는 여전히 보수로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1950년대에 10% 미만이었던 대졸 출신이 최근에 이르러 30%가 넘게 되자, 이들이 녹색당 같은 진보 정당을 지지하는 정치적 세력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보수 정당들은 이들을 일반 대중과 대립하는 엘리트 집단으로 몰아넣는 포퓰리즘 전략으로 고소득자들뿐만 아니라 저학력자들을 보수적이고 국수적인 쪽으로 끌어들였다. 미국의 트럼프의 당선이나 영국의 Brexit의 성공이 그런 현상의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저학력자들 대부분이 트럼프 지지자들이란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요약하면, 1950년대까지 보수적이었던 고학력자들은 진보적이 되고, 진보 편에 서 있던 저학력자들은 보수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바람직한 변화인지에 대한 평가는 이념 지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흥미로운 현상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대졸 인구가 50%가 넘었는데도 그런 변화가 눈에 띄지 않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대통령 선거운동에서도 그런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물론, 서양 민주주의 국가들과는 다른 우리의 독특한 역사적 혹은 지정학적 상황이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과 중국 같은 독재적이고 비합리적인 정권들이 바로 코앞에서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고, 보수나 진보 할 것 없이 모든 정당들과 정치인들이 탐욕과 위선으로 도덕적 권위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으며, 이념이 지역과 연계되어 있는 특이한 사실 등이 모두 직·간접적으로 이에 작용했을 것이다. 거기다가 고학력자들이 짧은 기간에 급증하여 하나의 이념집단으로 형성되기에는 너무 빨리, 너무 커져버렸다.

그러나 그것들 못지않게 한국의 고등교육과 지식인 사회가 정치 이념에 영향을 끼칠 정도의 수준으로 성숙되지 못했다는 사실도 지적해야 할 것이다. 고등교육을 받았다 하여 소득보다는 자유를 선호할 정도의 정신적 사치를 누리지도 못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빈부격차를 더 심각하게 걱정할 정도로 사회 전체나 미래에 대한 책임의식을 키우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더 두드러진 점은 한국의 고학력자들이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과 서구 지식인들은 환경파괴를 인류의 파멸을 가져올 매우 심각한 문제로 취급하고 기후 문제에 대한 대응을 다른 어떤 정책보다 우선시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그런 관심이 지식인들의 특징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1972년 '로마클럽 보고서'가 발표되자마자 네덜란드에서는 대학 캠퍼스에 대형 승용차를 몰고 오는 교수들을 학생들이 손가락질하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그때부터 반세기가 지났는데도 한국 대학에서는 지금도 그런 차가 지탄의 대상이기보다는 부러움과 시기의 대상이 되고 있지 않나 한다. 지구의 온도가 서양에서만 높아지는 것이 아닌데, 그에 대한 지식인들의 반응이 이렇게 다른 것은 실로 놀랄 일이다. 우리의 고등교육은 아직도 환경문제를 이념 선택의 이유로 삼을 만큼 '지적 상상력'을 키우지도 못했고, 우리의 지식과 논리는 정치적 선택으로 표현될 만큼 확신을 심어주지도 못한 것이 아닌가 한다.


글쓴이 /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 푸른아시아 이사장, 전 동덕여대 총장, 전 세종문화회관 이사장, 전 서울시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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