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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 I Have Arrived, I Am Home - 김기봉
 관리자  | 2022·02·08 10:41 |
지난주 설날을 보내고 임인년(壬寅年) 일주일이 지난다. 우리는 매년 신정과 설날을 통해 두 번의 새해를 맞이한다. 하지만 새해란 실재가 아닌 인간이 만든 개념인 허구다. 시간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흐른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시간의 흐름을 거역할 수 없다. 시간 앞에서 영원한 것은 없고, 모든 것은 시간 속에서 변하고 사라진다. 시간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왕이다. 하지만 인간만이 유일하게 시간을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눠서 인식하고 계획하는 존재다. 인간은 시간을 측정하는 방법을 고안해 내서 시계를 만들고 달력을 제작하여, 시간을 사용하는 시간표를 짜며 산다. 인간은 시간을 통제하는 기술을 통해 자연에 순응하지 않고 개조하는 문화를 만들어서 만물의 영장이 됐다고 자부한다.

정말로 인간은 시간을 통제함으로써 시간 지배자가 되었는가? 시계를 보면서 스케줄 표에 따라 사는 우리는 시간의 주인이 아닌 노예로 산다. 동물은 현재를 살지만, 인간은 '미래 중독자'로 산다. 파리사회과학고등연구원의 다니엘 S. 밀로(Daniel S. Milo) 교수는 인류 선조가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발명품은 도구, 불, 언어가 아닌 내일이라고 했다. 연약한 유인원 일종으로 탄생한 호모 사피엔스는 어느 날 문득 ‘내일’이란 것을 떠올렸고, 그것이 빅뱅의 폭발을 일으켜 아프리카를 벗어나 오지 않는 미래인 "고도를 기다리며" 사는 실존적 존재가 되었다. 내일은 실재가 아닌 인간이 생각으로 만든 시간이다. 인간은 내일을 통해 현실 세계의 고치에서 벗어나 상상의 세계로 나르는 나비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내일을 가진 인간은 행복한가? 내일이란 시간은 현실에는 없다. 없는 시간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 인간 괴로움의 씨앗이다.

지난 1월 22일 틱낫한 스님이 95세 일기로 열반하셨다. 스님께서 강조한 가르침 가운데 하나가 멈춤이다. 멈춰야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를 살 수 있다. 미래의 볼모가 되어 쫓기며 살면, 현재라는 멈춤의 시간을 향유할 수 없다. 틱낫한 스님은 우리 인생을 양초에 비유했다. 양초 길이만큼의 시간이 내 삶으로 주어져 있다. 양초가 타면서 열과 빛을 세상에 내놓는다. 그것이 내가 짓는 업(業)이다. 내가 했던 말, 생각, 행동은 없어지지 않고 세상에 영향을 미친다. 그것의 인연으로 나는 윤회한다. 그렇다면 나의 실상(實相)은 무엇인가? 내가 양초로 타고 있는 "지금 여기"에 나는 존재한다. "지금 여기"라는 실재는 멈춰야 보인다. 현재를 살지 못하는 것은 멈춤이 없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내 삶은 고 스톱(go stop)이다. 움직이든지 멈추든지. 생명 현상은 입력과 출력으로 이뤄진다. 풍선을 불면 부풀어 오르고, 스톱하면 바람이 빠진다. 고 스톱의 들숨과 날숨의 호흡으로 생명현상은 유지된다. 그 과정을 틱낫한 스님은 태어남과 죽음의 '공동작업(collaboration)'이라 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날마다 새로 생겨나고 죽는다. 늙은 세포가 죽지 않으면 새로운 세포가 생겨날 자리가 없다. 세포의 태어남과 죽음으로 내 생명이 이어진다. 그러면 '나'의 생사(生死)는 무엇인가? 스님은 '나'라는 존재는 파도와 같다고 했다. 파도는 일어났다가 사라지지만, 바다는 그대로 있다. '나'의 태어남과 죽음은 바다에서 치는 파도처럼 일어남과 사라짐이다.

스님은 죽음을 경험하기 위해 80세 또는 100세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했다. 지금 이 순간 숨을 들이마시며 살아있음을 느끼고, 숨을 내쉬며 죽음의 고요함에 이른다. 호흡에 집중하면 생각이 멈추고, 지금 여기 존재의 집으로 귀향한다. 교수라는 직업에도 정년이란 멈춤의 시간이 있듯이, 삶의 정년으로 죽음이 온다. 죽음은 끝이 아닌 다른 것으로 변형되는 멈춤이다. 시간을 표시하는 시계는 아날로그시계와 디지털시계의 두 종류가 있다. 아날로그시계 바늘이 자연적인 시간의 흐름처럼 간다고 생각하지만, 고 스톱으로 움직이는 디지털시계가 훨씬 더 정확하다. 모든 것은 고 스톱이다. 오직 앞으로만 나아가고자 노력하지 말자. 멈추면 보인다. 물방울이 구름이고, 바다라는 것을. I Have Arrived, I Am Home; What a Blessing.

글쓴이 / 김기봉
경기대학교 사학과 교수, 『철학과 현실』책임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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