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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0. 경청(傾聽)의 리더십 - 이택호
 관리자  | 2022·01·18 11:12 |
자기개발서 『경청-마음을 얻는 지혜』(박현찬/조신영 공저, 위즈덤하우스, 2007)의 주인공 이청의 별명은 '이토벤'이다. 불통의 아이콘 이청 과장에게 동료와 후배들이 부쳐준 이름이다. 청력을 상실한 천재 베토벤이란 인물에서 얻은 비유일 것이다. '이토벤'은 명문대 출신이지만, 독선적이고 자기의 말만 하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무시하는 사람이다. 조직의 성숙한 팀워크를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이 과장은 회사의 구조조정에서 밀려나고 설상가상으로 불치병에 걸려서 청력을 상실한다. 아내와 이혼하고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을 키운다. 독선적인 행동으로 직장과 가정 모두에서 소외된 처지의 그였지만, 생의 마지막으로 아들에게 무언가를 남겨주고 싶다는 결심으로 악기 공장에 들어가 바이올린 제작 기술을 배운다.

이 악기 제작공장엔 고집불통의 기술자들이 많아서 '이토벤'은 고전한다. 그는 경청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다른 사람들의 입 모양을 보고 말뜻을 알아내는 구순술(口脣術)을 배워 결국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마음을 얻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다.

경청(傾聽)은 리더가 조직원을 이해하고 그들의 마음을 얻는 소통 기술이다. "통하면 아프지 않고(通卽不痛),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不通卽痛)"는 말이 있다. 말이 통하는 사람과의 대화나 교류는 즐겁고 하는 일에 있어서 시너지효과를 본다. 소통의 필요조건이 경청이다. 경청은 리더의 인격이다.

경청이 중요하다고 해서 항상 남의 말만 잘 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말을 잘하기 위해서 잘 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경청의 청(聽) 자를 파자(破字) 하여 살펴보면, 귀(耳)가 왕(王)처럼 중요하고, 눈(目)은 열(十) 배의 집중력을 발휘하여 상대방의 감정이나 의도를 파악하고 상대방의 마음과 내 마음을 한마음(一心)으로 합일하는 것이다.

귀가 두 개이고 눈도 두 개인데, 입은 하나뿐이다. 말하기는 듣기와 보기의 1/4만 하면 경청의 덕을 실천한다고 볼 수 있다. 리더는 한쪽 말만 듣지 말고 서로 다른 견해를 듣고, 서로 다른 관점을 볼 수 있는 여유와 인품을 지녀야 한다. 리더의 인격은 자기보다 낮은 위치의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자기의 입장과 다른 의견에 대하여 반응하는 모습에 잘 나타난다.

세종대왕은 경청의 리더십을 보여준 롤모델이다. 한글 창제의 정책을 추진하기 위하여 중신들의 의견을 묻는다. 한글 창제의 부당성을 강변하는 최만리의 말을 끝까지 듣고, 화내거나 비난하지 않고 소신을 굳히지 않는 그의 강직함을 칭찬한다. 돌아가면서 의견을 묻고, 한문을 배우지 못하여 글을 읽지 못하는 백성들의 고통을 말하는 대신들의 의견이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나대용 장군은 이순신 장군을 만나기 전까지 무인의 통념에서 벗어난 게으르고 무능한 장수였다. 이순신 장군은 면담을 통하여 그가 선박의 건조와 물길의 흐름을 잘 아는 비범한 존재라는 것을 파악했다. 나대용 장군의 거북선 재건과 판옥선 건조의 혁혁한 공로로 임진왜란에서 조선은 우리의 강산과 바다를 지킬 수 있었다.

건국 후 우리의 국가 지도자 중에는 각료가 정책의 개선안을 도출하기 위해서 문제점을 거론하면, 화를 내면서 "씰데 없는 소리~~!", 혹은 "귀관은 왜 부정적인 말만 하는가?"라며 보고를 중단시키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어떤 지도자는 보고를 끝까지 다 듣고, "임자! 말씀 다 하셨습니까?"라고 묻고, 보고 내용의 장단점을 요약하고 단점의 개선을 위한 의견을 제시하는 경청과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준 분도 있었다.

임인년(壬寅年) 새해에는 경청, 공감,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통즉불통(通卽不痛)'의 성숙한 사회 속에서 살고 싶다. 그래서 우리는 오는 3월 9일 대선에서 경청과 소통의 덕을 지닌 국가 지도자를 선출하여야 한다.

글쓴이 / 이택호
육군사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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