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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6. 세계인의 축제 크리스마스 - 손봉호
 관리자  | 2021·12·21 12:02 |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즐거운 크리스마스"가 되기는 글렀지만, 젊은이들에게는 역시 가슴 설레는 축제일이다. 젊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직·간접으로 참여하는 축제가 되었다. 세계 모든 나라가 다 인정하는 절기는 설이지만, 중국계 국가들과 한국, 몽골은 음력 설, 무슬림과 유대인은 그들 종교에 따른 설을 쇠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으로 1월 1일이 축제일인 나라는 의외로 많지 않다. 그런데 크리스마스는 비록 명목상으로는 기독교 축제일이지만, 한국 같은 비기독교 국가, 인도 같은 힌두교 국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같은 무슬림 국가에도 공휴일로 정해져 있고, 일본이나 중국처럼 공휴일이 아닌 나라들에도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휘황찬란하고, 크리스마스이브에는 도시들이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실제로 즐기는 축제일로는 크리스마스가 가장 국제적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오늘의 크리스마스는 좋게 말하면 포용적이고, 나쁘게 표현하면 잡탕이다. 우선 그 이름부터 크리스마스는 "그리스도 미사"란 뜻인데, 미사는 천주교에서 드리는 예배 방식으로 개신교는 따르지 않는다. 그런데도 개신교인들도 크리스마스란 이름은 그대로 쓰고 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가 어떤 달력으로도 12월 25일에 탄생했을 가능성은 없다. 그날은 본래 로마 시대의 동짓날이었는데, 밤이 긴 암흑의 시간이 끝나고 태양이 다시 태어나는 것을 환호하는 태양신 축제일이었다. 워낙 큰 축제일이라 당시 소수였던 기독교인들도 거기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 교회 지도자들이 아예 그날을 예수 탄생일로 정했다는 설이 있다. 그래서 지금도 일부 기독교인들은 12월 25일을 예수 탄생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오늘의 크리스마스에는 그때보다 이질적인 요소들이 더 많이 혼합되어 천주교 축제일도, 기독교 축제일도 아닌 인류 보편적인 축제일이 되고 말았다.

크리스마스는 선물을 주고받는 날로 인식되고 있다. 1843년 영국의 소설가 디킨스가 『크리스마스 찬가』(Christmas Carol)란 단편소설을 써서 크리스마스를 가족, 선의, 동정의 계절이라는 인상을 심었다. 거기에다 예수 탄생 때 세 가지 선물을 가지고 온 동방박사 이야기가 연결되고, 가난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가져다준 성 니콜라스가 산타클로스란 이름으로 동원되어서 크리스마스가 선물의 절기로 정착되었다. 물론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그것을 이용해서 한몫 잡으려는 장사꾼들의 욕심이 없었다면 선물 풍속은 오래 계속되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 성 니콜라스는 지금의 터키 지역에 살았던 4세기의 성자였다. 그런데 그의 이름이 변형된 산타클로스가 선물 여행을 떠나는 마을은 엉뚱하게도 핀란드의 북극 근방에 위치한 "로바니에미(Rovaniemi)"로 되어있어서 거기에 특별히 세워진 우체국에는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선 세계에서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편지가 쇄도한다고 한다. 그리스나 터키가 아닌 북유럽인 얼굴을 한 산타는 코카콜라 회사의 상징인 붉은색 옷을 입고, 터키에는 없는 순록들이 이끄는 썰매에다 선물을 잔뜩 싣고 흰 수염을 날리면서 눈 위로 달리는 것으로 완전히 탈바꿈되었다. 성 니콜라스가 보았다면 참으로 어이없어 할 것이다.

크리스마스트리도 나무 신을 숭배한 겔만 족의 토속종교에서 유래했다 한다. 크리스마스트리로 사용되는 종류의 상록수를 집에 심어두면 악신이 접근하지 못한다는 전통 미신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는 크리스마스 전후를 율 절기(Yule-tide)라고도 부르는데 '율'은 기독교가 전래되기 전에 겔만 족이 섬겼던 토속종교의 신이었다 한다. 크리스마스트리를 율 트리(Yule tree)라고도 한다.

그 외에도 감상적이고 유쾌한 크리스마스 캐럴들, 형형색색의 크리스마스카드, 성대한 터키 요리 등 예수의 탄생과는 무관한 온갖 풍속들이 크리스마스 주위에 생겨났다. 그래서 오늘 사람들이 즐기는 크리스마스는 이름과 12월 25일이란 날짜만 같을 뿐 기독교의 축제로 간주하기가 어렵고, 다양한 종교, 풍속, 예술, 상업적 동기들이 뒤범벅되어 있다. 실제로 누리는 방식도 지역과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 하면 모든 사람에게 생각나고 모두가 마땅히 생각해야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사랑"과 "평화"다. 물론 사랑도 그리스도가 보여준 "아가페"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에로스"가 동일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과 이익을 바라고, 그것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할 수 있다는 마음은 공통적이고 다 같이 아름답다. 비록 여러 가지가 섞인 잡탕이라도 일 년에 한 번 인류의 다수가 "사랑"과 "평화"를 생각하는 축제일이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글쓴이 /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 푸른아시아 이사장, 전 동덕여대 총장, 전 세종문화회관 이사장, 전 서울시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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