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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3. 코로나19 시대 한국인의 자유와 의무 - 김기봉
 관리자  | 2021·11·30 11:14 |
코로나19 팬데믹과 인간 사이 창과 방패의 싸움이 백신 접종을 통해 휴전에 돌입하는가 싶었는데, 오미크론 변이가 출현하면서 확전이 우려된다. 인간이 코로나바이러스의 공격을 막는 최대 무기는 백신이다. 그러기에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나라가 점차 늘고 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11월 11일 아시아-태평양 비즈니스 정상회의 화상 인터뷰에서 "우리는 백신을 접종할 권리를 갖고 있으며, 그것은 큰 행운이고 과학과 기술의 성취"라면서, "우리는 사회를 보호하는 데 기여하기 위한 특별한 의무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우리는' 독일 정부, 곧 국가를 지칭한다. 그런데 국가가 국민들에게 백신을 접종할 권리뿐 아니라 의무를 갖고 있다면, 그것은 백신을 맞지 않을 개인의 자유를 박탈하는 독재가 아닌가? 백신 접종 의무화 조처는 유럽의 몇몇 선진국과 미국이 시도하면서, 그것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안전 가운데 무엇이 우선하는가?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주는 고전이 제임스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에 대한 해석이 유시민과 진중권의 논쟁처럼 이중적이란 점이다. 유시민은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유일한 사유는 그 행동이 타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경우에 한한다."는 『자유론』 문장에 입각해서, 개인의 자유는 공동체의 안전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해 진중권은 다수에 반하는 소수자의 자유를 옹호하는 것이 밀의 핵심 주장인데, 유시민은 『자유론』을 오독해서 독재를 옹호하는 사상으로 변질시켰다고 비판했다. 비판의 전거로 진중권은 "전체 인류 가운데 단 한 사람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은 옳지 못하다. 이것은 어떤 한 사람이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나머지 사람 전부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만큼이나 용납할 수 없는 것"이란 문장을 제시했다.

개인에게는 백신 접종을 거부할 자유가 있다. 하지만 그 자유가 공동체의 다수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면, 그것을 억압할 권한이 국가에게 있는가? 국가의 보전과 안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보는 국가이성의 옹호자라면, 리바이어던 국가를 지지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폴리스적 동물"이라 했을 때, 그 의미는 인간은 공동체를 형성하며 그 안에서 자기를 실현하는 본성을 가진 존재라는 것이다. 그런데 내 몸이 특이체질이라서 백신 알레르기를 갖고 있음에도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시민적 덕성일까? 만약 그렇다면 자유라는 가치가 존재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패트릭 J. 드닌(Patric J. Deneen)은 자유주의는 성공하면 할수록 실패하게 되는 내적 모순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자유주의가 개인에게 더 많은 자유를 보장하면 할수록 국가권력은 더 강화될 수밖에 없는 역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미시존재가 우리에게 자유주의는 성공함으로써 실패한다는 모순을 일깨워준다. 코로나19 팬데믹의 터널을 지나는 동안 근대 이후 세계의 보편사적 이념으로 통용됐던 서구 문명 모델이 시효 만료됐다는 징후가 나타난다. AC(After Corona) 세계는 미국과 중국이 패권 다툼을 하는 G2 시대가 아니라, 아직 선도 문명 모델이 나오지 않은 G0 시대가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어느 날 갑자기 한류가 글로벌 문명의 주류로 떠오르면서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가운데 가장 앞선 것이 문화이고, 그다음이 경제와 사회, 그리고 정치가 가장 후진적이란 사실이 드러났다. 우리는 백신 접종은 늦게 시작했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접종률을 달성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개인의 자유와 공공선 사이의 가치 충돌과 사회적 갈등이 비교적 적게 일어난 덕분이다. 어쩌다 우리에게 그런 '사회적 신뢰'가 생겨났는가? 피와 땀으로 성취한 산업화와 민주화가 피운 꽃이 문화 선도국의 결실을 맺고 있다. 정말 2022년 대선이 중요하다. 단군조선 이래 한국사의 최대로 좋은 행운의 때(포르투나)를 잡을 수 있는 덕성과 용기(비르투)를 가진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그런 지도자의 선택은 한국인으로서 나의 자유이자 역사를 위한 의무임을 명심하자.

글쓴이 / 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 『철학과 현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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