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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1. 맨발 걷기와 뒤로 걷기 - 이택호
 관리자  | 2021·11·16 10:53 |
지난여름 소화기 기능장애로 배앓이를 심하게 하고 있을 때, 친지에게서 '누죽걸살'이란 이모티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아마도 김영길 저,『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사람과사람, 2004)라는 책 제목의 축약일 것으로 생각한다. 백약이 무효이던 때라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은 "아무리 죽을병에 걸려도 죽을 각오로 걷다 보면 절반은 산다."라는 신념을 담고 있다. 습관을 바꾸고 걸으며 호흡을 조절하면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많은 이들의 투병 사례를 통해 이를 뒷받침한다. 죽을 각오로 걷기 운동을 하기 위해 자료를 찾다가 박동창 박사의『맨발 걷기의 기적』(시간여행, 2021)을 만났다.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 회장인 저자는 맨발 걷기가 면역력을 높이는 만병통치약이라는 이유에 대해 지압 효과(Reflexology)와 접지 효과(Earthing)를 꼽는다. 간 기능·콜레스테롤 수치·혈당 수치의 개선, 비만의 예방, 체중감량, 허리 근육의 강화, 불면증 해소, 감기 예방, 성적 능력 증대, 갱년기 여성의 생리 재개 등 다양한 치유 사례를 제시한다.

지압은 고대 중국과 이집트 등지에서 사용했고, 그동안 많은 연구 결과 몸의 특정 부위에 압력을 가하면 연관 부위에 마취 효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발바닥은 우리 신체의 모든 부분과 연결된 신경 스위치의 집합소이다. 발바닥에 자극을 주면 효과가 있다는 것을 믿기로 했다.

접지는 맨발로 땅을 밟는 행위다. 시멘트 바닥이나 아스팔트 등은 효과가 없다. 접지는 우리 몸에 쌓인 활성산소(Oxygen Free Radical)를 몸 밖으로 배출하는 기능을 한다. 활성산소가 배출되지 못하면 몸속을 돌아다니면서 몸의 멀쩡한 세포를 공격해 악성 세포로 바뀌게 한다. 몸 안에서 암이나 심혈관 질환 등 각종 성인병이 발생하는 이유가 활성산소의 역기능이라 한다.

필자는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보다는 '백견이불여일행(百見而不如一行)'이라는 말을 사랑한다. 하여 이론과 주장의 허와 실을 논하기 전에 곧장 실천궁행을 감행하기로 했다. 이제 4개월째 맨발 걷기를 계속하고 있다. 집 근처 잔디 구장에서 아침저녁으로 각각 50분씩 맨발로 걷는다. 앞으로 걷기 40분, 뒤로 걷기 10분을 고수한다.

개인적인 체험의 결과로는 숙면의 질과 양이 현저히 향상되었으며, 식욕이 좋아지고 배앓이가 진정되고 있다. 심리적인 효과라고 해도 좋다. 다른 사람에게 이를 강요하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맨발 걷기를 하고 나서 내 발을 이렇게 애지중지하며 씻어주고 크림으로 마사지해주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놀란다. "그동안 냄새나는 신발 속에서 얼마나 답답하고 고생이 심했느냐?"고 위로와 대화를 나누면서 생각이 깊어진다.

모두가 신발을 신고 걸으며 앞으로 걷는다. 그러나 나는 맨발로 걷고, 또 뒤로도 걷는다. 이는 반사회적인 행위이며 비민주적 발상이 아닐까? 문제는 언제 어디에서 걷는가를 판단하는 시중(時中)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본다. 언젠가는 흙으로 돌아갈 나는 하늘을 우러러보면서 새로운 나를 찾는다.

하늘과 땅이 인간에게 주는 '말 없는 가르침(無言之敎)'과 '소리 없는 소리(無聲之聲)'를 배우고 들으려고 한다. 뒤로 걸을 때 앞을 보지 못하고 지나온 길을 본다. 직선주로와 곡선 주로에서 나의 진행 방향이 사뭇 다르다. 내일의 삶은 과거와 현재의 나의 행적의 반복일 수 있음을 깨닫는다.

글쓴이 / 이택호
육군사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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