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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6. 심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들 – 김도식
 관리자  | 2021·10·12 15:41 |
2021년 8월, 전신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가 코로나 음압 병동에서 홀로 격리된 치매 할머니 환자와 화투로 그림 맞추기를 하는 기사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감동했다. 오랫동안 지속되는 역병(疫病)에 가장 먼저 지쳐갈 사람들이 바로 의료인인데, 더운 여름에 방호복을 입고 한 사람의 환자를 돌보기 위해서 애쓰는 모습이 너무 숭고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실 이와 같은 일들은 우리 사회 곳곳에 있을 텐데, 모든 아름다운 사건들이 사람들에게 알려지지는 않아서 더욱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사례도 “간호사 현장 수기⋅사진전”에 출품된 사진으로 인해 세상에 알려졌지, 사진전이 없었으면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 몇 명만 알고 넘어갈 일이었다.

인간의 신체를 생각해 보더라도, 생명에 가장 중요한 기관은 평소에 별로 주목을 받지는 못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신체 부위 중 하나는 머리카락일 것이다. 자주 씻고, 무언가를 바르기도 하며, 때로는 자르고, 파마나 염색도 한다. 하지만 머리카락이 사라진다고 해서 생명이 위태로워지지는 않는다. 탈모가 원인이 되어 사망했다는 소리는 들은 적이 없으니 말이다. 반면에 신체 중 기능을 제대로 못 하면 금방 사망에 이르는 심장, 뇌, 허파, 간 등에 대해서 늘 신경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이러한 신체 기관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 또한 없다. 이러한 현상은, 어떤 것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과 그것의 중요성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음을 잘 보여준다.

신체의 중요한 기관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는 시기는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시작했을 때이다. 심장에 부정맥 현상이 생기거나 간에 지방이 많아져서 특정 수치가 높아지면 그때야 사람들은 문제가 발생한 장기(臟器)에 주목한다. 결국, 우리가 평소에 주목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쩌면 그 기관들이 이미 자신의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도 위에서 언급한 간호사처럼 자신의 역할 잘 수행하는 분들 덕분에 제대로 굴러간다. 언론이 주목하지 않더라도 그들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사람들이다. 우리 사회의 심장과 같은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라를 위한다고 요란을 떨기만 하고 궁극적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취하는 위정자들이 언론의 집중적인 주목을 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평소에 주목받지 못하지만,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되는 심장과 같은 사람들에 대해서 우리가 더 인정해주고 박수를 보낼 필요가 있다. 각자의 현장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 땀 흘리고 있는 사람들, 외국에 나가서 나라를 대표하여 국위를 선양하고 있는 사람들, 탁월한 콘텐츠를 만들어서 우리나라를 전 세계에 알리는 사람 등 수많은 우리 국민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지금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다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일꾼인 여러분들도, 설령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도, 너무 서운해하지 말고 여러분들의 임무가 우리 사회의 심장과 같은 역할이라고 생각하며 자부심을 느꼈으면 한다. 결국, 당신들 덕에 우리 사회가 이만큼 굴러가는 것일 테니 말이다. 그리고 우리가 서로 다른 역할로 만났을 때, 상대방 덕분에 우리가 이만큼 살고 있음에 대해서 우리끼리라도 인정하고 감사하면서 덕담을 나누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각자의 역할에 자긍심을 느끼며, 힘을 내어 자신의 일에 좀 더 충실해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글쓴이 / 김도식
건국대학교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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