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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1. 아프간의 대재앙 - 이택호
 관리자  | 2021·08·31 10:32 |
미국과 탈레반 간의 평화협정이 체결된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9월 11일을 목표로 미군의 아프간 철수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부패할 뿐만 아니라 사기마저 저하된 아프간 정부군이 곳곳에서 추풍낙엽처럼 무너지면서 탈레반 반군이 수도 카불로 진격해 오자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정권을 탈레반에게 넘겨주고 황급히 국외로 탈출 도주했다. "더 이상의 피해와 희생을 방지하고, 아프간의 평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 가니 대통령의 명분이었다.

이슬람 근본주의를 맹신하는 탈레반이 샤리아법에 의거 가혹한 주민 통제와 처벌을 무자비하게 진행 중인 동영상이 유포되고 있다. 서방 진영의 조력자를 색출하여 총살하는 장면과 부르카를 입지 아니한 여성을 길거리에서 참수하는 끔찍한 장면도 볼 수 있다.

아프간의 대재앙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어쩌면 전략적 요충지인 아프가니스탄은 지정학적 운명을 벗어날 수 없는지도 모른다. 자고로 아프가니스탄은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지역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은 알렉산더 대왕 시절부터 칭기즈칸의 몽골 제국, 대영제국, 소련, 미국에 이르기까지 역대 모든 제국이 침입했으나 고전을 면치 못했던 ‘제국들의 무덤’이었으며, ‘정복자의 길목’이었다.

19세기 영국(인도 지배)이 러시아를 견제하던 그레이트 게임의 결과로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국경을 그어놓아 같은 언어와 문화를 공유한 파슈툰족(다민족 중 주류)의 생활 공간을 인위적으로 나누었다. 그래서 탈레반이 손쉽게 파키스탄 서북부 산악지대로 숨어들어서 계속 반군 투쟁을 할 수 있었다.

주권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아프간은 국민이 주인이 되는 정치제도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내란과 민족 갈등으로 외세의 침략이 계속되는 지정학적 운명을 거역하지 못했다. 1974년 좌파의 쿠데타로 수립된 아프가니스탄 공화국이 이슬람 개혁정책 추진으로 공산주의를 탄압하자, 다시 쿠데타가 일어나 공산당 일당 독재 아프가니스탄 민주공화국을 수립했다. 이번에는 급진적인 공산화를 진행하며 이슬람을 탄압하자, 이슬람 세력은 ‘무자헤딘’이라는 무장투쟁 조직을 결성해 투쟁했다.

소련은 공산주의 세력이 소멸하는 것이 두려워 군대를 파견하고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 구소련의 공산주의 세력 약화 방어를 명분으로 한 전쟁은 1989년까지 10년간 계속됐으나, 막대한 전비를 탕진하고 난 후 소련은 경제위기 때문에 철수하고 말았다. 결국, 1996년부터 탈레반 정권이 아프간을 5년간 지배했다.

파슈툰어로 탈레반은 ‘학생’을 뜻한다. 이슬람 신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이슬람 ‘신정국가’ 건설이라는 이상향을 지향점으로 삼고, 사명감에 똘똘 뭉쳐 부정부패와 비리 척결에 나섰다. 그러나 이슬람 신정국가 구현이라는 탈레반의 국가 건설 과정은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잔인하고 끔찍한 통치 방식이었다.

결국, 2001년 9·11 사태가 발발하자 미국은 9·11 사태를 일으킨 주범인 알카에다와 오사마 빈라덴을 탈레반이 보호하고 있다는 이유로 전쟁을 일으켜 20년을 싸웠다. 그리고 2021년 4월 15일, 미국의 철군 발표로 아프간에 평화가 찾아오는 줄 알았다.

우리는 힘이 뒷받침되지 않는 평화는 평화가 아니라 대재앙이라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평화의 반대는 전쟁이 아니다. 전쟁에서 승리한 평화와 패배하여 굴종하는 노예의 삶이 있을 뿐이다. 역사의 교훈을 잊지 말자.

이택호
육군사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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