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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 어떤 메달의 상징성 - 엄정식
 관리자  | 2021·08·24 15:19 |
폴란드의 여자 창던지기 선수 마리아 안드레이치크는 2020 도교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다. 그가 올림픽 시상대에 서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했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는 3위 기록에서 2cm가 모자라는 4위를 했다. 2018년에는 악성 종양이 발견되어 수술을 받았고, 다행히 경과가 좋아 훈련에 복귀할 수 있었지만, 그해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22위에 그쳤다. 올림픽이 코로나 사태로 1년 연기되면서 그는 오히려 기량을 회복할 시간을 벌었다. 올해 들어 폴란드 신기록을 세운 그는 올림픽 금메달 후보로 떠오르기도 했다. 결국, 안드리이치크는 도쿄에서 중국의 류스잉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것이다. 만약 이야기가 여기서 끝났다면 그가 획득한 은메달의 의미는 색깔과 관계없이 역경과 싸워 일구어낸 결실의 상징 정도로 그쳤을 것이다. 그는 이 결실을 생면부지의 어떤 아이를 위해 내놓았다.

외신 보도에 의하면, 안드레이치크는 도쿄에서 은메달을 딴 지 닷새만인 지난 8월 11일 페이스북에 “수술을 하러 미국에 가야 하는 생후 8개월 폴란드 남아(男兒) 미워세크 마위시를 위해 메달을 경매한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 아이를 몰랐지만, 도움을 청하는 부모의 호소를 온라인을 통해 접했다고 한다. 수술비를 비롯한 경비 4억여 원 중 절반가량은 환자 가족이 모금 운동을 통해 마련한 상태였다. 안드레이치크는 나머지 돈을 모으는 데 힘을 보태려고 행동에 나섰다. 영국 더 타임스 등에는 메달 경매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메달의 진정한 가치는 언제까지 내 가슴에 남아있을 거예요. 메달은 그저 물건일 뿐이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가치가 클 수 있죠. 이 은메달이 옷장 안에서 먼지를 뒤집어쓰는 대신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안드레이치크의 은메달은 결국 12만 5천 달러에 팔렸다. 편의점 체인업체인 자브카는 낙찰 사실을 확인하면서, “아름답고 고귀한 태도에 감동받았다. 우리는 도쿄에서 온 은메달이 앞으로도 미스 마리아 곁에 남아있어야 한다고 결정했다.”라고 발표했다. 메달을 원래 주인인 안드레이치크에게 돌려주겠다는 뜻이다. 생명이 위태로웠던 마위사는 조만간 미국으로 떠나 스탠퍼드대학교의 메디컬 센터에서 수술을 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선행이 선행을 낳은 것이다. 메달의 진정한 가치는 이제 그의 가슴에 남아있을 뿐만 아니라, 메달 그 자체의 상징성을 더욱 풍요롭게 한 것이다.

상징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symbolon’이다. 여기서 ‘sym’은 어떤 두 조각을 합친다는 뜻을, ‘bolon’은 던지거나 맞춘다는 뜻을 지닌다. 그것은 옛날에 사람들이 신표로 쓰기 위하여 도자기나 쇠붙이를 둘로 나누어서 따로 가지고 있다가 시간이 지난 다음 그것을 맞춰보고 처음 했던 약속을 상기하는 데 쓰였던 물건이다. 그때 그 두 쪽 가운데 어느 것 하나만 있으면 제대로 기능할 수 없으므로 반드시 서로 맞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상징에서도 어떤 것을 표상하는 의미(symbolyzing)와 거기에서 유추되는 또 다른 의미(symbolyzed)가 동시에 드러나야 한다.

가령 하나의 ‘메달’이라는 이미지에서 메달의 의미뿐만 아니라, 어떤 선수의 노고와 극기, 승리와 영광 등과 같은 무의식적 의미들까지 인식할 수 있을 때, 그 메달은 이 모든 것을 나타내는 상징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떤 상징에서 바깥으로 표시되는 의미만 볼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서 드러나는 의미까지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안드레이치크의 선행과 낙찰자인 자브카의 용단을 통해서 하나의 메달이 ‘인간에 대한 연민’이라는 또 하나의 의미를 상징할 수도 있음을 인식하게 된 셈이다.

엄정식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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