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사회가꾸기모임
꼭대기로 올라갈까요?

 

 

 






748. 운동선수의 학교폭력 - 김도식
 관리자  | 2021·08·10 11:35 |
지난 7월 말, 유명 야구선수를 많이 배출한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선배의 집단 괴롭힘 사건이 후배의 고발에 의해서 드러났다. 3학년 선배들이 군기를 잡는다며 후배들에게 훈련 중에 물도 못 마시게 하고, 자신들이 사용하는 야구부실을 반짝반짝 광이 나도록 청소를 시켰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이 학교 당국에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직접적인 폭행'이 없었다는 이유로 학교폭력위원회가 소집되지 않고 유야무야 넘어갔다. 해당 학교의 야구부 관계자는 이러한 일들이 잘못된 관행인 것은 인정하지만, 다른 학교에서도 흔히 발생하는 일이어서 큰 문제가 아니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운동선수들의 학교폭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얼마 전에 국가대표 여자배구 선수 자매가 학창시절에 동료들에게 가한 학교폭력이 문제가 되어 이번 도쿄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국내 리그의 출전은 물론 해외 팀으로의 이적도 막혀버린 상황이다. 또한, 앞에서 언급한 고등학교 출신의 프로야구 선수도 학교폭력 문제로 팀에서 50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 선수는 최근에 코로나 방역지침을 위반하면서 원정 음주를 하여, 또 한 번 징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한편 NC 다이노스가 2021년 1차 지명으로 선발했던 선수도 고등학교 때의 학교폭력 사건이 폭로되면서 NC에서 지명을 철회하는 일이 생기기도 하였다.

이러한 운동선수의 학교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운동만 잘하면 교내에서 폭력을 가해도 무마가 되기 때문이다. 학교 당국은 눈앞의 성적에 연연하느라 해당 학생들을 처벌할 생각이 없기에, 학교가 운동만 잘하고 인성은 형편없는 인간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나쁜 관행이 만연해 있다고 해서, 즉 다른 학교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진다고 해서, 그것이 괜찮은 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학교 운동부서의 책임자가 관행을 운운하며 적극적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 한, 학교폭력은 사라질 가능성이 별로 없다.

사고의 흐름이 여기까지 미치자, 더 섬뜩한 생각이 떠올랐다. 어쩌면 이러한 일들이 운동부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가정이나 학교에서 자녀나 학생들에게 "공부만 잘하면 된다."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운동만 잘하면 학교폭력도 넘어가게 되는 것처럼, 우리는 이중 잣대를 가지고 공부를 잘하면 나쁜 행동도 용서하며, 수재(秀才)를 키운다는 미명하에 괴물을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라는 말은 신석기 시대부터 있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우리는 너무 공부를 잘하는 것만 강조해서 인성이 부족한 사람들을 양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도덕성이 잘 갖춰진 시민을 길러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측면에서 우리는 자식 교육에서 너무 성적에만 연연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천재보다, 남을 기꺼이 도울 수 있는 범인(凡人)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사람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자녀들에게 "너는 다른 것에는 신경 쓰지 말고 공부만 열심히 해라."라는 말을 너무 쉽게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먼저 인성을 가르치고, 그것을 바탕으로 지적 능력도 발전시켜야 한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따뜻한 곳이 되려면 인간성 좋은 사람이 대우를 받아야 한다. 그러한 사회가 이루어지기 위해서, 학업보다 인성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도식
건국대학교 철학과 교수
     
798   798. 황제와 노예~ ‘좋은 삶’에 대한 작은 명상 - 윤평중 22·08·09 24
797   797. 자아의 인식 - 엄정식 22·08·02 29
796   796. "삐딱한" 지식인 - 손봉호 22·07·26 36
795   795. 집 안 싸움 - 김도식 22·07·19 43
794   794. 정년 이후 노년의 삶에 대하여 - 김기봉 22·07·12 77
793   793. 더닝 크루거 효과 - 이택호 22·07·05 35
792   792. ‘무관심’이 필요한 과민사회 - 이진우 22·06·28 34
791   791. 자서전으로 본 김지하, 〈흰 그늘의 길〉 - 윤평중 22·06·21 67
790   790. '손흥민'이라는 현상 - 엄정식 22·06·14 41
789   789. “거룩한” 확신 - 손봉호 22·06·07 47
788   788. 신경 써야 할 것과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 김도식 22·05·31 35
787   787.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 김기봉 22·05·24 77
786   786.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 - 이택호 22·05·17 40
785   785. 페이크 워크 - 이진우 22·05·10 49
784   784. 하늘을 보고 땅을 보고 - 윤평중 22·05·03 58
783   783. 불편과 불행, 그리고 자유 - 엄정식 22·04·26 52
782   782. 소극적 공리주의 - 손봉호 22·04·19 61
781   781. 실력이 보상받는 공정한 사회 - 김도식 22·04·12 51
780   780. 죽음과 <천개의 바람> - 김기봉 22·04·05 146
779   779. 신(神)은 존재하는가? - 권병규 22·03·29 380
1234567891040
Copyright 1999-2022 Zeroboard / skin by GGAM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