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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대기로 올라갈까요?

 

 

 






747. 팬데믹과 올림픽 그리고 스포츠철학 - 김성진
 관리자  | 2021·08·03 19:15 |
현재 진행 중인 '2020 도쿄올림픽'은 애초부터 많은 논란과 불확실성을 안고 출발했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 때문에 원래 예정보다 1년이 지나서야 열리게 되었다. 공식 명칭은 그대로 '2020 올림픽'이지만, 실제 개최 시기는 2021년이 된 것이다. 또 한 가지 예외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모든 경기가 관중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각국의 참가 선수들과 심판관들, 그리고 경기 준비와 진행 담당 요원들만이 참여하는, 그야말로 아주 낯선 모습의 스포츠 대회, 올림픽 역사상 초유의 무관중 대회가 벌어지고 있다.

관중 없는 연극, 청중 없는 음악회가 불가능하듯, 관중 없는 스포츠 경기도 사실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기껏해야 선수들끼리의 훈련이거나, 본선 출전권을 놓고 벌이는 초반의 지역 예선전에서 예외적으로, 또는 어떤 다른 비상사태와 같은 불가피한 경우에나 있는 일이다. 작금의 도쿄올림픽 본 대회가 무관중으로 치러진다는 사실은 그래서 대단히 예외적인 사태가 아닐 수 없다. 본격적인 '스포츠 경기'로서는 본질적인 결격 사유를 안은 채로 열리는 대회가 되어 버린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즉 무관중 사태를 감수하면서도 이번 대회를 꼭 치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올림픽 개최를 1년 연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코로나 사태가 종결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일까? 여하튼, 현 사태에 대처하는 세계 올림픽 위원회의 의지와 실천 목표는 분명해 보인다. 개최 시기가 원래 계획보다 1년 늦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대회 공식 명칭을 원래의 '2020 도쿄 올림픽'으로 유지한 것도 올림픽 대회 자체의 역사적 연속성과 정신적 정체성을 지켜 내려는 의도와 사명감에서 비롯된 결정이라고 생각된다. 그뿐만 아니라, 각국의 출전 선수들과 보조원 및 준비위원 당사자들에게는 더더욱 작금의 무관중 경기라도 열릴 수 있다는 것이 천만다행일 것이다. 이번 대회가 열리지 않고 또다시 연기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까지의 모든 훈련과 준비가 헛수고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훈련 계획과 다음 대회를 위한 기타 여러 가지 준비와 기획 등이 크게 흔들리면서 더 큰 혼란에 빠져들었을 것이다.

여기에 피해갈 수 없는 또 하나의 질문이 있다. 올림픽 경기가 텅 빈 관중석 앞에서 치러졌다고 해서 이것을 꼭 '무관중 경기'라고 보아야 할까? 도대체 올림픽 경기에서 관중은 누구인가? 경기장의 관중석에 자리 잡은 관중만이 (진정한) 관중일까? 좁은 의미의 '관중', 1차적인 의미의 관중은 당연히 경기장 스타디움의 관중이지만, 이 기준은 오늘날의 스포츠 경기 현실에는 부적절하다. 올림픽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 선수들이 참가하는 올림픽 경기는 애초부터, 그리고 원칙적으로 (라디오, TV 중계방송 등) 'on line' 관객도 함께 염두에 두고 기획되어야 하고, 또 그럴 수밖에 없다. 전 세계 모든 참여국의 관중이 함께 모여 관람할 수 있는 'off line' 경기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작금의 '코로나' 같은 팬데믹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고, 그래서 정상적인 보건 질서가 보장된 경우일지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두 국가 사이의 스포츠 경기도 그렇지만, 월드컵 축구 경기, 그리고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 경기의 경우라면, 'off line' 참가자보다는 오히려 'on line' 참가자의 비중이 월등하게 높을 수밖에 없다. 전 세계 인류 모두가 직접적 또는 간접적 관중으로서 참여하는 대회가 바로 올림픽 경기 아닌가?!

TV로 전송되는 올림픽 경기 중계방송의 카메라는 출전 선수들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잡아 화면에 비춰준다. 경기가 벌어지는 현장 스타디움에도 같은 장면을 보여주는 대형 스크린이 추가로 설치된 것이 오늘날 대부분의 경기장 현황이다. 그래서 우리는 선수들의 세밀한 동작과 표정에 나타나는 내면적 감정의 다양한 변화에 대해서도 공감적 체험을 하면서 경기 진전의 순간순간을 확인하고 즐기며 공감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의 스포츠 체험 자체도 단순한 흥미와 호기심 차원을 넘어서 윤리적, 미학적 차원으로 승격될 수 있는 환경 조건이 갖춰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스포츠가 단지 체육학의 전유물 차원을 넘어서 스포츠과학, 스포츠행정, 스포츠경영, 스포츠윤리, 스포츠철학, 스포츠미학 등 다학문적으로 전문 분과화 경향을 보이고 있음도 주목할 만하지 않은가!

올림픽 경기는 전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다. 그리고 평화의 축제다. 서로 전쟁 중인 국가의 선수들도 올림픽 경기장에서는 함께 만나 스포츠 경기를 펼칠 수 있다. 평소에는 서로 우호적인 이웃 국가의 선수들도 올림픽 경기장에서 만나 서로의 실력을 겨룰 때는 온 힘과 기술적 전술 전략을 펼치면서 상대를 제압하고 이기려 한다. 그래서 스포츠도 '싸움'이고 '전쟁'이지만, 그러나 상호 간에 규칙(rule)을 지켜야 하며, 승부의 판정은 심판의 재량권에 속한다. 그래서 어떤 나라든 불문하고 함께 만나 스포츠 경기를 펼치는 두 나라는 동일한 규칙과 가치관을 공유하는 나라들이며, 상호 경쟁 관계 속에서도 전쟁을 피하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평화적 관계를 유지하는 한, 상호 협력의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우리 한반도의 상황에 대해서도 한 마디 첨부하고 싶어진다. 스포츠 경기를 통한 만남은 적대국 사이에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음을 상기하고 기대해 보고 싶은 것이다. 남북한 사이의 스포츠 경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직 스포츠 행사로서의 만남과 서로의 실력을 겨루어 보는 그런 스포츠정신을 실천해 볼 수 있기를 이 자리를 빌려 기대해 본다.

김성진
한림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 한국철학상담치료학회 명예회장, 철학상담치료수련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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