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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2. 선한 마음의 전파력 - 김도식
 관리자  | 2021·06·29 10:40 |
지난 2월 말에 홍대 근처의 ‘착한 치킨집’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어느 고등학생이 프랜차이즈 본사에 손편지를 써서 세상에 알려진 내용이다. 그 학생은 치킨을 먹고 싶다는 동생과 거리로 나왔으나, 가지고 있는 오천 원으로는 치킨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가게 앞에서 쭈뼛거리는 형제를 본 주인은 흔쾌히 들어오라고 해서 돈을 받지 않고 세트 메뉴를 시켜주었다. 심지어는 이후에 다시 찾아온 동생에게 치킨을 또 대접했음은 물론이고, 그의 머리를 자르기 위해서 미용실에 함께 가기도 했다. 그 시기가 코로나로 인해 매출이 급감했던 때인지라 영업에 대한 고민이 없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가게의 주인은 착한 마음으로 선행을 베풀었던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사람들이 주인을 도와주자는 취지로 그 가게에 치킨을 주문하거나 크고 작은 선물을 보냈다. 주문의 폭주로 준비한 재료가 모두 소진되어 영업을 조기 종료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였으며, 유명 TV 프로그램의 제작진이 찾아가서 방송을 통해 그 가게의 이모저모를 우리에게 보여주기도 하였다. 여러모로 훈훈한 모습이었다.

비슷한 종류의 미담이 3월 초에 다시 등장하였다. 하남으로 이사를 간 어떤 어머니가 SNS에 올린 사연이었다. 자신의 아들이 동네 편의점에 가서 컵밥과 참치캔 등 먹을 것을 여러 개 샀는데 가진 돈이 부족해서 물건을 빼려는 순간, 어떤 학생이 다가와서 대신 계산을 해 주고 간 것이다. 이 학생은 아이가 먹고 싶어 하는 다른 물건까지 추가로 사주었다고 한다. 아들에게 이야기를 들은 어머니는 너무 감사한 마음에 그 학생을 찾고 싶다고 SNS에 글을 올렸고, 그 글을 본 많은 사람들이 선행을 한 학생을 칭찬하며 자신도 함께 돕고 싶다는 마음을 댓글로 표현하였다.

이 두 사연이 우리에게 전달하는 내용은 분명하다. 먼저 우리 주변에는 이웃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상당히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선한 마음을 실천하는 따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이런 선행이 우리에게 전해진 계기는 받은 쪽에서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하여 감사한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위의 두 사례 모두, 수혜자 쪽에서 고마운 마음을 세상에 밝히지 않았다면 그러한 선행이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한편, 이러한 선행이 매스컴을 통해 전파되면서 얻어지는 또 하나의 긍정적인 요소는 그 기사를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함께 선행에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을 들게 한다는 점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일을 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도 우물쭈물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꽤 있다. 언론에 소개되는 미담들을 통해서 남들이 좋은 일을 하는 것을 알게 되면, 나도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서 주변을 돕는 사례가 늘어나게 마련이다. 이것이 우리 사회에 선행을 늘여가는 선순환의 요소가 된다. 게다가 선행에 직접 참여하지 않더라도 이 글을 읽는 사람 역시 훈훈한 마음을 갖게 되니, 결국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그리고 지켜보는 사람 모두가 수혜자가 되는 셈이다.

전염성은 코로나처럼 나쁜 것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긍정적인 일들이 발생하는 것을 옆에서 보게 되면 이러한 선행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증가한다. 선한 마음 역시 주위로 전파되는 힘을 가지고 있으며, 그 이유는 우리에게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마음이 이미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러한 미담이 자주 들리는 세상이 우리가 바라는 따뜻하고 성숙한 사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위의 두 일이 일어난 것이 4개월 정도 지났다. 선행을 베푼 그 가게의 주인과 학생, 그리고 그 일을 우리에게 알려준 형제와 모자(母子) 모두, 지금 이 순간에도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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