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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1. 교통수단의 도덕성 - 손봉호
 관리자  | 2021·06·22 14:54 |
국민의 힘 이준석 새 대표가 여러 가지 파격적인 발언과 행동으로 정치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는 것이다. 젊기 때문에 그리 별나게 보이지 않으면서도 기성세대, 특히 꼰대 정치인들을 아주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좀 더 그랬으면 좋겠다.

모 대학 총장으로 취임했을 때 대형 승용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시민단체에서 환경보호와 사회평등을 위하여 '작은 차 타기 운동'을 주도하기도 해서 그 대형 승용차를 쏘나타로 바꿨다. 한 번은 대학 총장 회의가 있어서 어느 대학교에 그 쏘나타를 타고 갔더니, 안내 수위가 통과시켜 주지 않았다. 내가 총장이라고 아무리 말해도 믿어주지 않아 하는 수 없이 먼 곳에서 내려 회의장으로 걸어갔고, 그 차는 총장이 타고 온 차들을 위해서 특별히 마련된 주차장에 세우지 못했다.

총장직에서 물러난 뒤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는 어떤 모임에 강사로 초청받았다. 주최자들을 초조하게 하지 않으려고 좀 일찍 회의장에 갔다. 중고로 산 프라이드를 몰고 갔더니, 넓은 주차공간이 텅텅 비어 있었는데도 주차 안내원은 돌아 나오기가 매우 불편한 구석진 곳에 주차하도록 했다. "내가 오늘 행사의 주 강삽니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쑥스러워서 그가 시킨 대로 했다. 수십 년간 소형차를 몰고 다니면서 그런 대우는 무수히 받았고, 심지어 청와대와 총리 공관에서도 안내자를 당황하게 했다. 그런 경험은 돈이 부족해서 작은 차를 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설움에 대하여 동정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다. 어떤 젊은이가 '작은 차 타기 운동본부'에 전화를 걸어 그런 운동을 해 줘서 고맙다고 인사한 것이 잊히지 않는다.

네덜란드의 마르크 뤼터(Mark Rutte) 총리는 2017년 선거에서 이겨 국왕으로부터 수상 임명장을 받기 위하여 왕궁으로 갈 때 자전거를 타고 갔다. 내가 다녔던 대학의 총장이나 세계 최대 회사 가운데 하나인 'Dutch Shell'의 사장도 자전거를 타고 출근했다. 자전거의 나라이긴 하지만 그래도 파격적이다.

자동차는 그것을 타는 사람보다 수십 배 더 무겁다. 그래서 타는 사람이 아니라 차체를 이동시키는데 값비싼 수입 연료를 사용하고,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 다른 사람과 사회에 해를 끼치는 것이 비도덕적이라면, 자동차는 지금 매우 비도덕적인 것이다. 반면에 자전거는 도덕적이고 합리적이며, 인류가 개발한 교통수단 가운데 자전거를 능가할 것이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큰 차가 가장 잘 팔리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승용차의 크기와 가격으로 타고 다니는 사람의 자격을 평가하는 후진적 사고방식이 아직도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런 잘못된 평가에 편승하여 자신들을 과시하려는 사람들을 도덕적이고 모범적인 시민이라고 하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비싼 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의 운전습관이 일반적으로 별로 신사적이지 않은 것도 그것을 반영하고 있지 않나 한다.

이준석 대표의 새바람이 교통문화에도 세차게 불기 바란다. 앞으로 청와대에 갈 때도 자전거를 타고 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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