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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8. 반지하 - 권병규
 관리자  | 2021·06·01 11:22 |
영화평론가 이승재의 영화 <기생충>에 대한 해설은 강렬했다. 평론을 듣고 흑백판으로 영화를 다시 보면서 상당히 불편한 마음이 들어 영화를 끊어서 볼 수밖에 없었다. 이 이야기는 영화 〈기생충〉 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우리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반지하는 반지상이기도 하다. 창문은 떨어지는 햇볕이 스며드는 틈을 제공하지만, 도로의 먼지와 방역 연무가 들어오는 통로이기도 하다. 반지하 창문을 통해 볼 수 있는 풍경은 오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행태에 그친다. 그곳에는 피자 상자를 접어 번 돈으로 연체된 인터넷 비용을 지불하는 서민 가족이 산다. 그들은 서민이지만 불우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한편 높은 곳에는 넓은 창으로 잔디밭이 보이고 그 창으로 내리치는 비바람이 로망을 자극하는 안락하고 풍요로운 거처에 부자 가족이 산다.

여기까지는 부자와 가난한 자, 악한 자와 선한 자의 대립이라는 선입견대로 흘러갈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런데 깊은 지하에 사는 정말로 불우한 가족이 등장하면서 상황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악해야 하는 부자 가족은 “착하고, 순진하다.” 선해야 하는 서민 가족은 아무런 죄책감 없이 거짓말, 위조를 통해 부자 가족의 부의 일부를 이전받는다. 그러나 자신들과는 “다른” 존재인 불우한 가족의 “지하에 계속 살게만 해 달라”는 작은 소망마저 일소에 부친다. 서민 가족과 불우한 가족은 작은 기회를 두고 생사를 건 혈투를 벌인다. 부자 가족은 어떤 일이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결국, 불우한 가족은 서민 가족을 찌른다. 그리고 서민 가족은 “냄새”라는 열등감을 자극하던 부자 가족을 찌른다. 살아남은 서민 가족의 아들은 공부는 때려치우고 오로지 돈을 벌어 그 높은 집을 사기로 결심한다.

영화 〈기생충〉은 대중성과 예술성에서 세계인의 공감을 얻어 역사상 아카데미 작품상과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모두 수상한 2번째 영화로 기록되었다. 이 영화가 불편한 이유는 신자유주의로 초래된 빈부격차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의 계급갈등이 아니라 계층 내 갈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낙수효과로 만족하며 부자 가족을 찬양하는 불우한 가족과 부자 가족으로부터 수단·방법을 불문하고 부를 이전받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서민 가족이 상징적으로 존재한다. 그리고 같은 계층 내에서의 작은 기회를 둘러싼 갈등도 존재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갈등이 한 예시가 될 수 있다.

빈부격차는 구조적·제도적으로 강화되어왔다. 정부에 의한 부의 재분배 기능은 축소되었고, IT 기술의 발전은 네트워크 효과, 규모·범위의 경제에 의해 부의 집중을 가속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인식과 해법은 최근에야 제시되기 시작했다. 문제가 구조적·제도적으로 발생했다면 해법도 구조적·제도적으로 접근해야 하고, 그 풀이는 반드시 그리고 조속히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만 수십 년에 거쳐 만들어진 신자유주의의 결과를 의미 있게 완화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다른 상상을 해본다. 만일 서민 가족이 불우한 가족의 작은 소망을 받아들였다면, 가난이 주는 욕심·불안·공포를 이겨내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어 공동의 계획을 세웠다면, 사회를 수직적으로 보지 않고 수평적으로 보아 같은 계층이라는 성숙한 생각으로 조금 양보했다면, 그랬다면 과연 20대 청년이 장기적으로 사회와 자아 발전의 기초인 공부를 포기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단기에 돈을 벌어 계급을 상승시키겠다고 나서는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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