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사회가꾸기모임
꼭대기로 올라갈까요?

 

 

 






736. 가짜뉴스의 문제 - 엄정식
 관리자  | 2021·05·18 12:01 |
최근 몇 년 동안 이른바 ‘가짜뉴스(Fake news)’로 온 사회가 떠들썩하다. 이러한 현상은 뉴 미디어 시대를 맞아 뉴스의 홍수가 범람하는 사이에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SNS가 발달하면서 뉴스의 생산과 유통이 쉬워지면서 생긴 사회적 현상 중 하나가 된 것이다. 초기에는 과장과 언어공격이 어느 정도 허용되는 정치권에서 상대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횡횡하더니, 최근에는 반대집단을 곤경에 빠뜨리며, 그 반사이익으로 자기 집단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단결시키는 수단으로도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그 내용과 형식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더욱 교묘해지는 경향이 있다. 정보의 진위를 가리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고, 그러한 와중에 ‘가짜뉴스’는 대중의 의식 구조에 깊숙하게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뉴스’의 성격상 ‘가짜’와 ‘진짜’를 구분하는데 어려움이 있음으로, ‘가짜뉴스’의 규정에 대해서조차 의견이 분분할 정도이다.

일반적으로 ‘가짜뉴스’는 사람들의 흥미와 본능을 자극하여 시선을 끄는 거짓 정보 혹은 ‘황색언론(yellow journalism)’의 일종으로 정의된다. 사기 기사들은 인터넷 매체를 통하여 급속도로 유포되는 특징을 지니는데, 재정적 또는 정치적으로 이득을 얻으려고 오도된 의도로 작성되고 발간되며, 때로는 주목을 끌기 위해 선정주의, 과장되거나 혼동하기 쉬운 거짓 표제를 사용한다. 의도적으로 오도된 ‘가짜뉴스’는 ‘사실만을 찾아 전하고 그에 기반해 논평'하려는 일반 언론과 다르고, 명백한 풍자 또는 패러디와도 다르다. 또한 '가짜뉴스'는 흔히 눈길을 사로잡는 헤드라인이나 조작된 뉴스 기사를 사용하여 독자층, 온라인 공유 및 인터넷 클릭 수익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이와 같이 그것은 게시된 이야기의 진실성과 상관없이 전파 과정에서 생성된 광고 수익에 의존함으로써 정상적인 언론 보도를 훼손하고, 언론인이 중요한 뉴스 기사를 제대로 다루기 어렵게 만든다.

이미 1960년대 초에 리프먼(Walter Lippmann)은 그의 『여론』(Public Opinion)에서 현대인은 매스미디어가 그려내는 ‘사이비 환경’에서 살 수밖에 없음을 설파하였다. 직접적인 경험이 제공하는 진정한 환경에서 살 수 없는 현대적 상황을 지적한 것이었다. 이제 우리는 뉴 미디어가 제공하는 다양한 허위 정보의 홍수에 의해서 더욱 혼탁한 사이비 환경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그렇다면 ‘가짜뉴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무엇보다 유네스코가 제안하는 바와 같이 정보를 자세히 관찰하고 깊게 생각할 뿐 아니라, 정보를 비판적으로 읽어내며, 정보의 출처를 반드시 확인하는 등 4가지 사항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제공자와 이용자가 개입되어 있음으로 쌍방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주최로 열린 한 세미나에서 심영섭 경희사이버대학교 문화커뮤니케이션학부 겸임교수는 “잘못된 정보, 조작된 정보, 악의적인 정보 등 가짜뉴스는 정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서 사회적 신뢰를 상실하게 만든다”며, “가짜뉴스의 악의성과 오용 가능성을 현저히 줄이기 위해서는 뉴스 생산자의 윤리적 기준과 책무성을 강화해야 하고, 이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자유로운 정보유통을 보장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였다. 또한 그는 “미디어 교육과 팩트 체크, 자율규제기구 등을 통해 가짜뉴스의 폐해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유로운 여론형성 과정에 필요한 공론장 형성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물론 정부에서도 혐오와 차별을 금지하는 법령의 제정과 악의적 보도에 따른 피해구제를 위한 제도 등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한편, 최근에 발표된 논문 「가짜뉴스 노출과 전파에 미치는 요인」에 의하면, 기존의 ‘루머(Rumor, 유언비어)’와는 달리 ‘가짜뉴스’는 사회적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협동행위라기 보다 거짓 정보에 취약한 개인적 성향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점이 부각되었다. 이 논문에서 공저자인 고려대 미디어 학부의 정세훈 교수는 가령 성격적 특성 중 외향성, 신경증, 개방성이 높은 사람들은 ‘가짜뉴스’에 노출되기 쉬운 성향이 있다는 것이다. 외향성이 높은 사람은 참여적이고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를 좋아하여 SNS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며, 정치나 공공 이슈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신경증이 있는 사람은 불안, 분노, 우울 등 부정적인 성향이 많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많이 의식할 뿐 아니라 부정적인 정보에 특히 민감하다. 그리고 개방성이 강한 사람들은 호기심이 많고 학습에 적극적이어서 그만큼 많은 정보를 접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가짜뉴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공자에 못지않게 이용자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이용자가 어느 정도 정보의 가치를 판단할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뉴 미디어에 대한 접근성이나 활용 능력을 갖춘 젊은 세대들이 민주시민으로서의 품격을 갖춘 성숙한 ‘시민성(citizenship)’을 함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서 우리가 리프먼이 말하는 사이비 환경이나 더욱 악화된 정보의 홍수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처지에 있음을 일단 자각함으로써 우리가 당면한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나갈 수는 있을 것이다.
     
753   753. '의례'를 잊어버린 사회 - 이진우 21·09·14 36
752   752. 누가 제일 무서워? - 권병규 21·09·07 191
751   751. 아프간의 대재앙 - 이택호 21·08·31 11
750   750. 어떤 메달의 상징성 - 엄정식 21·08·24 53
749   749. 타락한 올림픽, 성숙해진 한국체육 - 손봉호 21·08·17 109
748   748. 운동선수의 학교폭력 - 김도식 21·08·10 12
747   747. 팬데믹과 올림픽 그리고 스포츠철학 - 김성진 21·08·03 9
746   746. 남길 것인가, 사라질것인가? - 김기봉 21·07·27 18
745   745. 2100년 - 권병규 21·07·20 293
744   744. 시너지 효과와 링겔만 효과 - 이택호 21·07·13 16
743   743. 감옥으로부터의 탈출 - 엄정식 21·07·06 18
742   742. 선한 마음의 전파력 - 김도식 21·06·29 15
741   741. 교통수단의 도덕성 - 손봉호 21·06·22 14
740   740. 과학과 종교 - 김성진 21·06·15 27
739   739. 인공지능 시대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 - 김기봉 21·06·08 16
738   738. 반지하 - 권병규 21·06·01 340
737   737. 판단중지(判斷中止) - 이택호 21·05·25 45
  736. 가짜뉴스의 문제 - 엄정식 21·05·18 20
735   735. 미국의 아시아인 증오 - 손봉호 21·05·11 26
734   734. 윤여정 - 김도식 21·05·04 33
1234567891038
Copyright 1999-2021 Zeroboard / skin by GGAM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