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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2.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 김기봉
 관리자  | 2021·04·20 11:26 |
한 사회 구성원들이 행복한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는 그들이 장례식을 얼마나 성대하게, 그리고 성황리에 치르느냐와 상관관계를 갖는다고 한다. 이 말은 독서 토론을 하는 자리에서 여러 나라의 장례문화를 비교 연구했던 사회학자에게 들은 얘기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감되는 원리가 그런 결과를 낳는다고 추론한다. 인생에서 죽음보다도 더 큰 일은 없고, 더 슬플 때도 없을 것이다. 가장 큰 일을, 가장 슬플 때를 공동체의 다른 구성원들이 함께 나누는 사회가 사람 살기 가장 좋은 곳임에 틀림없다.

죽는다는 것은 인간에게 가장 확실한 사실이다. 하지만 나의 죽음이 언제일까 만큼 불확실한 것도 없다. 기원전 300년경을 살았던 에피쿠로스(Epikouros)는 말했다. "우리가 존재하는 동안에 죽음은 존재하지 않는다. 살아있는 이에게나 죽은 이에게나 죽음은 걱정의 대상이 아니다. 죽음은 살아있는 자와는 함께 하지 않으며, 죽은 자는 이미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동안엔 죽음은 없다. 죽은 다음엔 내가 없다. 그러므로 나에게 죽음은 없다. 우리는 죽음을 나의 죽음이 아닌 타자의 죽음으로만 경험할 수 있다. 인간은 죽음을 삶의 공간으로 끌어들인 유일한 생명체다. 인간은 장례식이라는 의례를 창조해서 타자의 죽음을 공감함으로써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를 하면서, 하이데거의 말대로 "죽음을 향하는 존재(Sein zum Tode)"로 산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점령한 시간이 길어지면서, 장례식 없는 죽음이 많아졌다. 장례를 잊은 사회는 불행한 사회다. 타자의 죽음을 나의 삶에서 추방하면, 내 생명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미를 상실한다. 죽음을 기억하지 않는 삶은 무의미하며, 그런 공동체에 사는 사람들은 외롭고 우울하다. 고독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것만큼 비참한 인생은 없을 것이다. 최근 번역 출간된『휴먼카인드』의 저자 뤼트허르 브레흐만(Rutger Bregman)은 "모든 비극은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상상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했다. 현생인류와 마지막까지 경쟁했던 네안데르탈인은 신체적으론 우리보다 우월하고, 뇌 용량도 컸다고 한다. 그런데도 사피엔스가 승리한 것은 더 큰 집단을 형성하고 살았고, 또 한 집단에서 다른 집단으로 더 자주 이주하고 섞였기 때문이라 했다. 네안데르탈인이 초고속 컴퓨터였다면, 우리는 구식 PC이지만 와이파이를 이용할 줄 안다는 것이 자연선택의 이유라는 것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는 개인과 인류와의 관계, 그리고 어느 한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유의 위기와 전 세계 자유와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썼다. 그가 서문에서 인용한 존 던(John Danne)의 시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궁극적으로는 하나임을 노래한다. ​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For Whom the Bell Tolls)


어떤 사람도 그 혼자서는 온전한 섬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전체의 일부이기 때문이리라.
만일 흙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면,
유럽의 땅은 그만큼 작아지며,
마찬가지로 한 곶이 씻겨 나가도 그러하다.
만일 그대의 친구들이나 그대의 영지가 그리 돼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의 죽음도 그만큼 나를 줄어들게 하니,
나는 인류 전체에 속해있기 때문이리라.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 알고자 사람을 보내지 마라.
종은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통받는 사람들과 모든 존재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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