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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 변곡점 - 권병규
 관리자  | 2021·04·13 10:48 |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연방거래위원회(FTC) 5명의 위원 중 한 명으로 지명한 올해 33세의 리나 칸(Lina Khan) 콜롬비아 로스쿨 교수는 테크기업에 대한 반독점법 적용의 개척자라고 불린다. 이는 2017년 예일대 로스쿨 재학 중에 발표한「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이라는 논문이 계기가 된다.

이 논문은 신자유주의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시카고학파의 이론을 반독점법에 도입한 로버트 보크(Robert Bork)의 1978년 저서『반독점의 역설』에 대한 응답이다. 로버트 보크는 소비자 후생(consumer welfare)의 증대가 반독점법의 목적 중 하나이므로, 소비자를 해치지 않는 가격차별 등은 금지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 법원과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 이후 신자유주의 이념으로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졌다.

신자유주의는 적자생존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함으로써 독점기업의 증가와 부의 집중을 초래했고, 1%의 부자들이 전체 부의 50%를 차지하는 양극화에 저항하는 2011년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운동으로 상징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런 배경하에 리나 칸은 거대 독점기업으로 성장한 온라인플랫폼의 약탈적 가격과 수직적 통합에 주목하고, 경업금지, 기업분할 등 적극적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에 존재론적 위협(existential threat)으로 떠오르고 있다. 리나 칸의 승리는 신자유주의 종말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신자유주의적 워싱턴 합의(Washington consensus)를 수용하게 되었다. 이후 비정규직, 실업률, 불평등의 문제가 등장했고, 이러한 현상은 몇 차례의 정권교체를 거치면서 더욱 강화되어, 양극화, 수저계급론, 세습신분제 사회, 각자도생이라는 말로 발전했다. 이제 중산층 신화는 무너졌고, 사다리는 없다.

최근 부동산 문제는 신자유주의가 만든 모순의 결정판을 보여준다. 계층 사다리의 하나인 부동산은 서민들이 월급으로 살 수 있는 가격대가 아니며, 여러 누적적 정책들로 인해 현금 부자이거나, 부모가 부자가 아닌 한, 내 집 마련으로 가는 좁은 길조차 막힌 상태가 됐다.

우리나라는 이제 빈곤과 독재의 시대를 벗어나, 풍요와 민주화의 시대가 되었다. 지금 시대는 더 이상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이 아닌, 새로운 이념의 변곡점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 핵심에는 "공정(fairness)"이 있다. 이제는 진보와 보수, 자본가와 노동자의 다툼의 시대가 아니라, 한 집단 내에서도 공정과 불공정, 기득권과 비기득권이 다투는 시대다. 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 문제, 의사들의 공공의대 반대, 부모찬스를 이용한 대학 입학, 고위 공직자의 내부정보를 이용한 이해 상충 행위 등은 모두 사람들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갈등이다.

이렇듯 사회 전반에서 돌출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부정적 결과물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숙제를, "공정"이라는 화두 속에서 정치적·제도적·정책적으로 잘 풀어내는 것이 우리나라가 새롭게 도약하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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