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사회가꾸기모임
꼭대기로 올라갈까요?

 

 

 






695. 젠더 갈등과 성숙한 사회 - 김기봉
 관리자  | 2020·08·04 11:31 |

  박원순 서울 시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우리 사회 젠더 갈등이 더욱 격화된다.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에서 "지금까지 존재했던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 투쟁의 역사였다."고 선언했다면, 우리 시대 페미니스트들은 계급 투쟁 대신 젠더 투쟁을 천명하는 것처럼 보인다. 계급과 젠더는 차별과 불평등이 발생하는 원인이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근거한다고 본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고(故) 박원순 시장 문제로 알 수 있듯이,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 근본적이고 어려운 사회 혁명과 의식 혁명을 요청한다. 계급 없는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려는 역사의 기획은 현실사회주의 국가들의 몰락으로 실패했다. 이에 반해 남녀 간 불평등 모순을 타파하는 여성운동은 성공할 수 있을까? '미투(me too) 운동'은 그 성공과 지속가능성을 판가름하는 하나의 시험대로 보인다.



  남성과 여성 사이 생물학적 구분은 분명히 있다. 그 구분이 차별을 낳아선 안 된다. 남자가 애를 낳을 수는 없기에, 역사는 여성이 출산의 주체가 되는 방향으로 진보했다. 한국사에서 여성이 출산의 주체가 된 것은 역설적으로 1960~1970년대 국가가 주도해서 실시한 가족계획사업에서 전환점을 이룬다. 그전까지는 후손을 잇는 과정으로서 출산은 여성 개인이 결정할 사항이 아닌, 문중이나 가장의 권한에 속했다.



  기관은 물론 기업, 학교에 양성평등센터가 있다. 그런데 과연 양성평등이란 무엇인가? 젠더 모순을 지양하는 양성평등이 남녀 사이 차별을 철폐하는 걸 넘어, 오랜 역사를 통해 형성된 성 역할의 분화까지를 없애는 걸 의미할까? 우리 사회가 공동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말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일 것이다. 이 원칙을 젠더에도 적용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모든 동물에게 암컷과 수컷이 생물학적으로 구별되고 선천적으로 육체와 의식에서 서로 차이 나는 능력과 소양을 갖고 태어난 건 자연의 속성이다. 그런데 문제는 생물학적 유전자의 명령대로 살지 않고, 문화 유전자로 인륜의 질서를 만든 인간에게서 발생한다. 무수한 정자를 퍼뜨리려는 본능을 가진 남성과, 하나의 난자로 수태를 하려는 여성 사이의 성 욕구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성(sex) 불평등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윤리, 도덕, 법률에 기반을 둔 인위적 질서로 통제하는 건 문명사의 오래된 과제이고 난제다.



  젠더 평등은 거스를 수 없는 문명사의 대세다. 하지만 역사가 진보해 나가는 시간과 자연이 진화해 나가는 데 걸리는 시간의 간격은 매우 크다. 전자를 위해 후자에서 걸리는 시간을 압축적이고 돌진적으로 단축하고자 할 때, 사회적 갈등과 개인 및 가정의 비극이 발생한다. 한국 사회 '미투 운동'은 잠재된 모순을 드러내고 인권 신장에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젠더 투쟁과 세대 갈등이 염려스럽다. 잘못하면 수술은 성공했지만 환자가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가 '국가적 자살'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초저출산'이다. 청년 여성은 엄마처럼 살기 싫어서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고, 청년 남성은 아빠처럼 살지 못하기 때문에 둘을 포기한다고 말한다. 코로나19 덕분에 '헬조선' 증후군은 감쪽같이 치유됐다. 하지만 포스트코로나 시대 한국 사회가 성숙해지기 위해선 젠더 갈등을 더 이상 격화시키지 말고, 그에 대해 성찰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속성으로 숙성이 되진 않으며, 모든 것엔 때가 있다. 진보와 진화 사이 시간차에 대한 성찰을 통해 박원순 시장의 죽음이 갈등이 아니라 성숙의 불씨로 승화되길 기원한다.

     
702   702. 타인과 이익을 함께 함[與人同利] - 정인재   20·09·22 53
701   701. 권위 - 권병규 20·09·15 148
700   700. '성숙의 불씨' 700호에 담아본 성숙의 의미 - 이택호 20·09·08 60
699   699. 리우의 선택 - 엄정식 20·09·01 175
698   698. 무산된 박용택 선수의 은퇴투어에 대한 단상(斷想) - 김도식 20·08·25 64
697   697. 환경보호가 선진의식의 시금석 - 손봉호 20·08·18 72
696   696. 우리는 여전히 소크라테스를 배우고 본받는다. - 김성진 20·08·11 80
  695. 젠더 갈등과 성숙한 사회 - 김기봉 20·08·04 119
694   694. 선과 악 - 권병규 20·07·28 235
693   693. 좋은 리더와 훌륭한 리더 - 이택호 20·07·21 94
692   692. 세계화시대의 국제기구 - 엄정식 20·07·14 96
691   691. 정치의 팔이 짧아야 선진국 - 손봉호 20·07·07 88
690   690. 다양성을 허용하는 열린사회를 꿈꾸며 - 김도식 20·06·30 69
689   689. 지중해와 태평양, 그리고 한반도 - 김성진 20·06·23 79
688   688. 코로나19때문이 아닌 덕분에, 위기에서 기회로 - 김기봉 20·06·16 105
687   687. 항산(恒産)과 항심(恒心) - 정인재 20·06·09 91
686   686. 요플레 - 권병규 20·06·02 259
685   685. 한 시인과 우편배달부의 만남 - 이택호 20·05·26 114
684   684. 행복의 조건 - 엄정식 20·05·19 103
683   683. 선진국의 자격 - 손봉호 20·05·12 101
1234567891036
Copyright 1999-2020 Zeroboard / skin by GGAM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