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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9. 지중해와 태평양, 그리고 한반도 - 김성진
 관리자  | 2020·06·23 14:30 |
  지구의 전체 모습은 오대양(五大洋)과 육대주(六大洲)다. 규모가 가장 큰 것은 태평양과 아시아 대륙이다. 지표면을 보면 대륙은 모두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반면에 '지중해(地中海)'는 육지로 둘러싸인 바다이며, 그 서쪽 끝이 (12.8km 넓이의) 지브롤터 해협을 통해 대서양과 연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해(內海, inland sea)로 분류된다. 유럽과 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륙에 둘러싸인 '內陸海'이며, 그래서 '大洋'으로서는 자격 미달이다.

  그러나 지중해의 지정학적, 문명사적 의미는 오대양 그 어느 것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서쪽으로 대서양과 연결되며, 동쪽으로는 터키의 마르마라해와 보스포루스 해협을 지나 흑해와 연결됨으로써, 남유럽과 북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우랄산맥 서쪽 내륙 지역과도 맞닿는다. 이곳 내륙의 여러 하천 역시 흑해로 흘러들기 때문이다.

  지중해의 동남쪽 끝은 1869년에 완공된 수에즈 운하를 통해 홍해와 직접 연결됨으로써, 유럽의 여러 국가는 동아프리카와 아라비아반도 및 인도양과 동아시아 연안 국가들과도 직접적 연결 통로를 확보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군함, 상선, 유조선도 동남아 해로와 인도양, 그리고 홍해와 수에즈 운하를 거쳐 중동과 서유럽 및 북아프리카 여러 나라 항구로 얼마든지 접근이 가능하다. 그래서 지중해의 상반된 두 가지 특징은 이렇게 요약된다. 지리학적 개념 분류에 따르면 지중해는 비록 그리 크지도 않은 '내해'다. 하지만 그리로 모여들고 또 그로부터 뻗어나가는 바다길이 있다. 따라서 연결망으로서의 높은 기능성과 지정학적 의미는 어느 다른 대양과 비교해도 그 중요성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우리 한반도가 위치한 태평양은 어떤가? 오대양 중에서도 가장 넓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태평양도 그 전체가 하나의 '내해' 모습이다. 얼어붙은 북극해와 남극대륙, 그리고 아시아, 북남아메리카, 호주, 뉴질랜드 등으로 둘러싸인 '內海'가 바로 태평양 아닌가! 실제로 '환태평양 국가'(Trans-Pacific Nations) 또는 '환태평양 동반자'(Trans-Pacific Partnership) 같은 명칭들도 우리에게는 매우 친숙하다. 발달된 교통수단과 통신매체들, 그리고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나날이 증가하는 대륙 간 및 국가 간의 인적, 물적, 문화적, 군사적 교류와 교역 활동 등은 태평양까지도 이미 하나의 '내해' 차원으로 변모시켰다.

  태평양 연안 국가들의 전체적 정세 현황은 우리가 바라는 만큼 그렇게 '태평'스럽지만은 않다. 20세기 동안에만도 태평양 중심부와 연안 지역의 여러 국가들은 제2차 세계대전과 태평양전쟁(1939~1945), 한국전쟁(1950~1953), 베트남전쟁(1954~1973) 등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전쟁터가 되었고, 전쟁에 휘말렸으며, 또 전쟁을 일으키거나 동조하고 참전했다. 그리고 현대사의 이러한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 한민족은 이씨 조선의 종말과 일제의 식민통치를 감내해야 했으며, 해방과 동시에 남북한 사이의 이데올로기적 분열과 참혹한 내전을 치러야 했다. 결국 한반도는 두 국가로 나누어졌으며, 북한은 전체주의 체제로서 러시아와 중공 등 공산권 진영의, 남한은 자유 민주진영의 일원으로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제 다시 한번 정리해 보자. 태평양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大洋'일까? 아니면 '內海'일까? 물리적 크기로 치면 태평양은 세계 제1의 '대양'이다. 그러나 오늘날 '지구촌'(地球村) 시대의 관점에서 보면, 태평양은 안으로는 '닫힌 내해'로 보일 수도 있지만, 밖으로는 전 세계 어느 곳과도 연결되는 '열린 내해'이고 '열린 대양'이다. 그런데 초등생들도 잘 아는 이런 바다 이야기를 여기서 왜 이렇게 되풀이하는 것일까?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우리 한반도(韓半島) 때문이다. 그리고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지켜낸 우리 한민족(韓民族)의 자기정체성과 자의식(自意識) 때문이다. 한편으로 우리는 우리가 이룩해내고 누리고 있는 국가적 자립과 발전상을 다행스럽게, 심지어 자랑스럽게 여길 수도 있겠다. 그러나 고조선 이래로 만주 지역까지도 호령했던 우리 조상님들의 영전에서라면 부끄러운 마음을 결코 떨쳐버릴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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