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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5. 한 시인과 우편배달부의 만남 - 이택호
 관리자  | 2020·05·26 12:04 |
  오늘의 이야기는 영화 <일 포스티노>의 원작 소설『네루다의 우편배달부』속의 주인공인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 1904~1973)와 그에게 편지를 배달하던 마리오 히메네스와의 만남으로 시작한다. 영화와 소설은 그들이 만나는 장소와 배경이 서로 다르다. 영화에서는 네루다의 정치적 망명지가 이탈리아의 작은 섬이지만, 소설에서는 칠레의 작은 해안 마을이다. 만남의 장소는 다르지만 만남의 형식은 같다.

  칠레의 해안 마을 '이슬라 네그라'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의 무대는 실제 네루다의 집이 있는 곳이다. 이 마을에서 자전거를 타며 글을 읽을 줄 아는 유일한 젊은이가 마리오이다. 정치적 탄압을 피해 이곳에 머무는 네루다는 젊은 우체부 마리오와의 만남에서 우정이 깊어지고, 결국 그에게 메타포(은유)를 가르치고 시를 쓰게 한다. 마리오는 사람과 세상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스웨덴 한림원은 1971년 네루다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여하며, 그의 시가 "라틴아메리카 대륙의 운명과 희망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설득력을 갖췄다"라고 했다.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 아냐, 그건 목소리도 아니었고, 말도 /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파블로 네루다의 대표 시 '시(詩)'는 이렇게 시작한다. 시가 자신을 찾아왔다는 네루다의 고백은 우리가 시를 읽고 쓰는 이유를 그 어떤 문장보다 간명하게 전달한다. 그렇게 언제인지 모르지만 불현듯 시가 찾아온 이가 또 있었으니, 우체부 마리오이다. 목소리도 아니고, 말도 아니고, 침묵도 아닌 그 무엇인 인간의 자연스러운 느낌과 생각이 어떻게 우리 안에서 시가 되어 나타났는지를 네루다는 생생하게 묘사한다.

  사랑과 자연, 그리고 자유를 노래하는 시인 파블로 네루다와 우편배달부 마리오 히메네스를 주인공으로 삼아 두 사람 사이에 꽃피는 우정과 신뢰의 바탕 위에 쓰인 아름다운 이야기가 영화와 소설에서 펼쳐진다. 대자연과 대시인을 벗하며 성장하는 순박한 소년의 눈물, 어촌의 사랑, 어촌의 우정, 바다처럼 펼쳐지는 시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언어로 표현해 노래하려는 것은 우리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노래로서의 시가 가장 오래된 예술 양식의 하나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시는 우리 인간이 갖는 사랑과 슬픔, 삶과 죽음, 사회와 자연에 대한 느낌과 생각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네루다와 마리오의 만남에서처럼, 우리도 시를 가까이해서 우리가 사는 세상과 전혀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의 편견을 내려놓고 사물과 사건의 객관적 모습을 정제된 언어와 은유(메타포)로 표현하는 시인의 습관에서 우리의 생활 태도를 좀 더 여유롭고 부드럽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류시화 시인의 시처럼,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 세상의 말들이 달라졌으리라 / 봄은 떠난 자들의 환생으로 자리바꿈하고……. / 인간은 가슴에 불을 지닌 존재로 / 얼굴은 그 불을 감추는 가면으로 / 새는 비상을 위해 뼛속까지 비우는 실존으로 / 과거는 창백하게 타들어 간 하루들의 재로 / 광부는 땅속에 묻힌 별을 찾는 사람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 그 사람 가슴안의 시를 듣는 것 / 그 시를 자신의 시처럼 외우는 것 / 그래서 그가 그 시를 잊었을 때 / 그에게 그 시를 들려주는 것……."처럼 <성숙의 불씨>는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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