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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2. 인터넷 댓글에 대한 단상(斷想) - 김도식
 관리자  | 2020·05·04 15:58 |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부담스러운 일이다. 학생들에게는 시험이 그렇고, 직장인들에게는 인사고과가 그러하며, 교수들에게는 강의평가가 비슷한 맥락에 있다.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자신의 강의를 평가받는다는 사실이 떨릴 수밖에 없다. 일부의 학생들은 강의평가를 교수에 대한 '복수'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질적으로 강의에 대한 불만족을 표시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강의평가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과목의 강의평가 평균이 5점 만점에 4점 전후로 나타나는 것을 보면, 대체로 학생들은 후하게 평가를 하는 셈이다. 하지만 가끔은 작심한 듯이 1점을 주는 학생들도 있고, 총평을 쓰는 칸에 '낙하산', '학생들의 분위기를 모르는 사람', '지나치게 권위적인 교수'라고 적은 학생들도 있었다. 대부분의 평가가 긍정적이라도 이와 같이 부정적인 글을 접하게 되면 가슴이 덜컹한다. 비록 이를 계기로 원인을 반성하게 마련이며, 이러한 과정이 강의평가가 지니는 건설적인 요소인 것은 부인할 수 없음에도 말이다. 심하게 부정적인 평가는 가슴에 큰 상처로 남게 될 수도 있다.

  인터넷에 등장하는 댓글은 강의평가에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심한 욕설을 자동으로 제거함에도 불구하고, 비난의 수위는 강의평가보다 훨씬 강하다. 특히 어떤 일로 주홍글씨가 낙인으로 찍힌 대상은 늘 욕먹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교수의 강의평가는 자신의 직무에 대한 평가이지만, 정치인, 연예인, 운동선수 등에 대한 기사의 댓글은 자신이 직접 작성한 글도 아니고, 자신의 나쁜 행실에 대한 기사가 아님에도 과거에 찍힌 비난의 주홍글씨가 사라지지 않는다. 심지어 좋은 일에 얼굴을 비추는 기사가 나와도 댓글에는 "그런다고 과거의 네 잘못이 없어지느냐"는 식의 힐난이 따라다닌다. 좋은 일을 해도, 나쁜 일을 해도 욕먹기는 마찬가지이다. 유명인들은 그래도 악플이 무관심보다는 낫다고 말하지만, 이러한 악플 때문에 상당한 수의 연예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무심코 장난삼아 던진 돌이 개구리에게는 생명의 위협으로 다가오듯이 말이다.

  과격한 댓글은 유명인들에게만 향하는 것이 아니다. 댓글을 단 사람에 대한 댓글도 지역에 대한 비방, 이념에 대한 비방 등의 언어로 구성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과연 상대방이 눈앞에 있더라도 그와 같이 심한 언어를 구사할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 궁금할 정도로 댓글은 매우 폭력적이다. 교수들의 강의평가에 인터넷 댓글과 같은 표현들이 난무한다면 많은 교수들이 가르치는 일에 대한 회의(懷疑)를 갖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입장을 표현하는 댓글이 '표현의 자유'와 결합하여 사람들에게 심한 상처를 주는 것은 실로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옛이야기 중, 상대방을 비방하기로 한 상황에서, 온갖 욕설을 퍼붓는 상대에게 '당신이 부처님으로 보인다.'고 말한 스님의 일화는 유명하다. 결국 상대에 대한 나의 표현이 내 마음상태에 대한 투영이기에, 부처의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는 상대가 부처로 보인다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그렇다면 인터넷에 그렇게 험한 말을 쏟아내는 사람들의 마음은 도대체 어떠할지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익명성이 주는 혜택이 언어폭력의 범람 수준에서 머문다면 이러한 사회는 성숙한 곳일 수 없다.

  필자는 이제까지 과제를 읽고 평가를 하는 과정에서 주로 부족한 부분에 대한 언급만 했던 것이 사실이다. '비판적 사고'를 가르치는 사람이기에 평가를 함에 있어서도 비판적인 부분에 강조를 두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오늘부터는 잘한 부분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과제를 내느라 수고했다는 말도 꼭 해주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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