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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1. 전 WHO사무총장 이종욱 박사의 보건의료철학 - 김성진
 관리자  | 2020·04·28 19:27 |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 사태는 여전히 확산 중이며, 언제 어떻게 종료될지 아직 모른다. 치료 백신 개발도 아직은 미래 희망일 뿐이다. 그러면 지금 가능한 대책은 무엇일까? 혹시 우리 몸의 자체 면역력을 키울 수는 없을까? 면역력을 키우려면 무엇을 해야 하며,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흔히 '스페인 독감'으로 불리는 "1918 influenza"는 1918~1920년 동안 4~5천만 명의 희생자를 낸 후에야 종식되었는데, 이 독감의 백신과 치료제는 개발되지 못했고, 단지 감염 확산 와중에 형성된 '집단면역' 덕분에 비로소 종식될 수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한다.  

  작금의 '코로나19' 사태는 처음부터 우리의 이목을 중국과 '세계보건기구'(WHO)로 집중시켰다. 첫 발병 지역이 후베이성 우한이었고, 병원체 명칭도 '우한 바이러스'로 불렸으며, 이러한 사태야말로 WHO가 국제적 대응 체제를 수립하고 지휘, 통솔에 임해야 하는 그런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더욱 궁금해진다. 이런 사태 와중에 우리는 WHO에 무엇을 기대하며, WHO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는가?  

  여기서 필자는 제6대 WHO 사무총장 이종욱 박사를 마음에 떠올리면서 큰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그분이야말로 WHO의 진정한 사명과 목표 실현에 혼신을 다해 봉사하던 와중에, 2006년 5월 22일 61세의나이로 너무나 일찍 타계하셨기 때문이다. 이 자리를 빌어 그분이 의사로서, 그리고 보건의료 행정가로서 어떤 의료철학적 목표와 가치관을 실천하려 했는지 간략히 되돌아보고자 한다. 누구든지, 그리고 어느 영역에서든지 한 전문 직업인으로서 평생을 두고 할 일이 무엇이고 왜 그것을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묻는 사람 또한 분명히 철학하는 사람이고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하는 인간이지 않은가!                          

- 누구를 위한 의술인가? -

  의사가 되는 것이 그의 절실한 소원이었음은 분명하다. 먼저 법학대학 4년, 군 복무 3년 6개월을 끝낸 후 다시 서울의대에 입학하여 의사가 된 이종욱에게는 한 가지 깨달음이 있었다. 고통받는 인간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의술 활동의 목표이고 의사의 존재 이유라는 것이다. 대학 시절에 그는 한센병 환자에 관심을 가졌고, 방학 때마다 안양의 성 라자로 마을에서 봉사 활동을 펼쳤다. 이곳에서 그는 천주교 자원봉사자로서 나환자촌을 찾아온 일본 여성 가부라키 레이코(鏑木珍子)를 만났고, 1976년 12월 명동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가 되었다.

- 보건 위생과 질병 예방의 가치관 -

  애초부터 그는 자신의 사명과 임무에 질병의 치료와 예방 모두를 포함시켰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것은 두 가지 점에서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직업관이다. 즉 병원을 개업하고 환자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대신에, 오히려 먼저 나서서 환자를 찾아가는 의사가 되려는 것이 하나이며, 또 하나는 발병 후 치료에 임하기보다 오히려 평소에 일상의 위생 건강과 보건을 실천하고 생활화함으로써 질병의 사전 예방을 돕는 의사가 되고자 하는 직업관이다. 실제로 그는 의대 졸업 후 부부 동반으로 1979년 8월에 미국 하와이대학 보건대학원으로 유학하였으며, 1981년에 전염병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 의료 후진 지역을 찾아서 -

  그 이후의 인생 행로 역시 자신의 의료철학을 실천하려는 의지와 봉사의 과정이었다. 공공 의료수준이 높은 선진국보다 의료복지가 열악한 남태평양 외딴 섬나라 지역을 임지로 택했다. 1981년 36세에 미국령 사모아의 <린든 B. 존슨 병원>(Lyndon B. Johnson Tropical Medical Center)에서 임상의로 근무했고, 의료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하는 피지, 타히티, 뉴칼레도니아 현지인을 돌보면서 ‘아시아의 슈바이처’로 불리었으며, 한국 원양어선 선원과 교민을 위한 의료봉사를 펼쳤으며, 또한 「한센병 잠복기 발견을 위한 연구」를 통해 세계적인 한센병 전문가로 인정받게 되었다.

- WHO 위생 보건 예방 치료 사업 참여 및 추진 -

  WHO와 인연을 맺게 된 것도 같은 시기에 남서태평양 지역에서였다. 1983년 피지 수바에서 'WHO 남태평양 지역사무처 한센병 자문관'으로, 1986년 11월 필리핀 마닐라 주재 'WHO 서태평양 지역사무처'로, 1991년 세계보건총회 박멸사업(메디나충증, 기니벌레 인체 침입 대처 등)에 전문가로 초빙되었다. 1991년 'WHO 서태평양 지역사무처 질병관리국장'직을 맡아 소아마비 퇴치 활동, 예방접종 프로그램 전면 확대, 에이즈 프로그램 신설, 급성호흡기질환관리, 보건연구소 서비스, 기타 전염병 관리 등의 업무에 종사했다.

- 소아마비와 전쟁, '백신의 황제', 북한 결핵 퇴치 지원 -

  1994년 'WHO 어린이백신사업' 국장 취임 후 1995년 소아마비 발생률을 세계 인구 1만 명당 1명 이하로 떨어트려 미국 학술지 <Scientific American>은 그를 '백신의 황제'로, 그리고 영국 의학전문지 『랜싯』은 그를 '조용한 뇌성'(Quiet Thunder)으로 칭하며 그의 성과에 주목했다. 1998년 알렘 브룬트란트 WHO 사무총장의 선임 정책자문으로 임명되었고, WHO 정보통신시스템 종합 점검 감독업무를 수행하였다. 2000년 12월 WHO 결핵국장에 임명되었고, 북한을 방문하여 6만 명분의 결핵약 전달 및 계속지원계획을 수립하였다.

- WHO 사무총장 피선 -

  2003년 1월 WHO 제6대 사무총장으로 선출되었다. 한국 최초로 국제기구 수장의 명예를 누리게 된 것이다. 2004년에는 AI 확산 방지, 소아마비 및 결핵 퇴치 등 강력한 사업들을 추진하여 2004년 <타임지> 선정 '영향력 있는 인사 100인'에 포함되었다. 2005년 '세계 에이즈의 날'에 에이즈 환자 100만 명 대상 치료제 보급 행사를 벌였다. 40개 국가 공동으로 WHO 담배규제 기본협약 이행을 촉진하는 행사를 추진하고 그 효력을 확인하였다.

  2005년 12월 26일 인도양 지진 발생 사태 및 28만 명의 사망자 사태에 대응하여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미얀마, 소말리아, 몰디브, 세이셸 섬 지역에 WHO 공중보건 위기대응팀을 투입하였고 전 세계적 지원금 모금 및 지원 활동을 벌였다.

- 이종욱 사무총장 별세 이후의 과제 -

  2006년 5월 22일, 세계보건총회를 앞두고 이종욱 사무총장은 뇌혈전으로 갑자기 쓰러지셨고, 5월 24일 스위스 제네바 노트르담 성당에서 WHO장으로 장례식이 거행되었으며, 유해는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되었다. 그러나 WHO가 감당해야 할 과제들은 전보다 더 막중하게 우리 모두의 과제요, 인류 전체가 감당해야 할 과제로서 우리를 긴장시킨다. 몇 가지만 예를 들어도 귀에 익숙한 에이즈(AIDS,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사스(SARS,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메르스(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 등으로서, 모두 이종욱 사무총장과 WHO가 이미 깊이 관여해 오던 것들이며, 시간이 갈수록 새로운 변종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더더욱 WHO의 활동과 그 성과에 전보다 더 진지하게 기대하는 마음을 가짐과 동시에 탁월한 리더십과 봉사 정신으로 WHO를 이끄셨던 이종욱 전 사무총장을 기리는 마음에 옷깃을 여미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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