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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9. 의술(醫術)은 인술(仁術) - 정인재
 관리자  | 2020·04·14 14:23 |
  오늘날 세계는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전쟁 중이다. 중국 무한(Wuhan, 武漢)에서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에서 기승(氣勝)을 부리다가, 미국은 물론 유럽, 중동, 아프리카, 남미까지 창궐하여 전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서구 등 여러 나라에서는 신규환자가 급상승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그 수가 줄어드는 반가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에서 무한 폐렴이 발생하자 우리나라 의료계는 발 빠르게 안전하고도 정확도가 높은 진단 키트를 만들어 이제는 세계 100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초기에 확진자 수가 많았다고 했던 이유는 진단 키트의 빠른 검역체계가 확진자를 거짓 없이 다 밝혀냈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우리는 무증상자까지 정확하게 검사하여 환자의 수를 줄여나갔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무엇보다도 우선 최전선에서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우리나라 의사와 간호사 의료진 여러분들의 덕택이라고 생각한다. 대구에 무한 폐렴 환자가 전국 어느 곳보다 많았을 때 수많은 의사와 간호사들이 자원하여 환자치료를 돕겠다고 나섰다. 어떤 의사는 고령[65세]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도울 일이 있으면 기꺼이 나서겠다고 하면서 대구로 달려갔다. 이런 분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간호사들도 인력이 부족한 대구로 아무 조건 없이 봉사하러 갔다는 소식이 우리의 심금을 울렸다. 그들이 입고 있는 방호복에 얼굴이 쓸리는 것을 완화시키기 위하여 이마, 볼 등에 테이프를 붙이고 비 오듯 하는 땀을 흘리며 헌신하는 그들이 있었기에 우리나라는 코로나바이러스를 줄일 수 있었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이렇게 헌신할 수 있는 배경은 그들이 학교 시절에 배운 히포크라테스 선언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도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문화배경이 큰 몫을 담당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강화도에서 내과 전문의로 활동하는 친구는 "의술(醫術)은 인술(仁術)이다. 우리 문화 속에서 자라난 의사들이 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라는 글을 이메일에 올렸다.

  의술의 술(術)은 도(道)와 마찬가지로 길을 뜻한다. 후자는 누구나 다 함께 걸을 수 있는 큰 길[大道]을 말하지만, 전자는 보통 사람이 알기 어려운 꼬불꼬불한 길을 일컫는다.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으면 이 길을 가기 힘들어 환자를 치료할 방법[術]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의대는 6년 과정을 더 밟고 또 인턴, 레지던트의 길을 거쳐야 비로소 의사가 될 수 있다. 학술도 마찬가지다. 전문 학자들끼리 자기네만 아는 길[術]로만 토론하기에 일반인들은 들어도 알 수 없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의술은 사람 살리는 길, 즉 인술(仁術)이라는 의식이 강하게 배어있다.

  인술의 인(仁)은 공자의 남을 사랑한다[愛人]는 의미이지만, 맹자는 이를 남의 고통을 차마 보지 못하는 마음[不忍人之心]으로 표현했다. 우리나라 의사와 간호사들이 고통받는 지역으로 단숨에 달려 간 것은 바로 이 마음이 발동한 것이 아닐까?

  공자의 어짊[仁]사상은 신유학에 이르러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우주 자연의 생명의 핵심으로 보는 인(仁)으로 확대되었다.[杏仁. 桃仁] 정명도(1032~1085)는 "어진 사람[仁者]은 천지만물을 하나의 몸으로 여기니 자기 아닌 것이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는 "만물의 생명의지(生命意志)는 가장 볼 만하다… 이것이 이른바 인(仁)이다"라고 하였다. 그는 "한의학에서 손발이 마비되어 생명의 기운이 통하지 않는 병을 불인병(不仁病)이라고 표현한 것이 가장 훌륭하다"고 말했다. 무한 폐렴은 공기가 통하지 못하게 폐를 망가트려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불인병'이다. 코로나19로만 명명하면 폐렴의 심각성을 놓치기 쉽다.

  경산에서 개인 의원을 운영했던 A씨[60세]는 지난 2월 26일과 29일 외래 진료 중 확진 환자와 접촉한 후 지난달 19일 자신도 감염됐다. 그는 그동안 경북대병원에서 무한 폐렴 중환자로 분류되어 치료를 받았으나, 지난 3일 안타깝게 사망했다. 경북도지사는 "고인은 30년 동안 경산에서 내과 개업의로 활동하면서 성심성의껏 환자를 진료하기로 소문이 났을 만큼 인술(仁術)을 베풀어 온 진정한 의사였다"고 애도를 표시했다.

  우리나라에서 첫 번째 무한 폐렴환자로 치료를 마치고 돌아간 중국인은 우리나라 의료진에게 어진 사람[仁者]들이라고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바로 의술이 인술임을 확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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