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사회가꾸기모임
꼭대기로 올라갈까요?

 

 

 






676. 천재인가, 인재인가? - 손봉호
 관리자  | 2020·03·24 17:22 |
  코로나19 전염병은 이제 세계적 전염병(pandemic)이 되었다. 감염자와 사망자의 수가 매일 놀라울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 병에 걸린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걸리지 않는 사람들의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세계 경제가 거덜 나고 교육, 종교, 스포츠, 연예, 정치 등 삶의 거의 모든 영역이 막대한 지장과 피해를 당하고 있고 전 세계 주민들을 공포로 내몰고 있다.  

  이번 전염병은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므로 자연재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1755년 리스본에 큰 지진이 일어나서 만 명에서 1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것을 본 프랑스의 계몽주의자 볼테르는 소설 깡디드(Candide)와 시를 통해서 철학자 라이프니치의 변신론, 즉 이 세상은 "모든 세계 가운데 가장 좋은 세계"란 주장을 비판했다. 전능하고 자비로운 신이 있다면 왜 죄를 범할 기회도 없었던 어린이들까지 죽어야 하는가 하고 비웃었다. 이에 대해서 스위스 철학자 루소는 리스본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희생된 것은 5층짜리 집을 너무 많이 지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루소의 그런 지적은 최근에 일어난 거의 모든 자연재난들에 다 적용될 수 있다. 코로나19 전염병도 예외가 아니다. 박쥐와 평화롭게 공존하던 코로나19 바이러스 몇 개(마리)가 길을 잘못 들여 우한시의 한 왕서방에게 들어갔고, 젊은 의사 리원량(李文亮)이 낌새를 채고 경고 나팔을 불려는 순간, 시왕(習王)이 그 입을 틀어막아 바이러스는 걷잡을 수 없이 이곳저곳에 새끼를 쳤다. 사람들이 만든 멋지고 빠른 비행기, 호화로운 크루즈, 유람선, 승강기, 기차, 버스 등을 신나게 타고 삽시간에 세계 방방곡곡에 둥지를 틀 수 있었고, 한국에는 신천지 사교가 종교적 열정을 가지고 대대적으로 퍼다 날라주었다. 사람의 공헌이 훨씬 더 큰데도 이 엄청난 고통에 책임질 사람이나 집단은 없어 보인다.  

  19세기 영국 시인 헨리 (W. E. Henley)의 "불굴"(Invictus)이란 시는 "나는 나의 운명의 주인이요, 나는 내 영혼의 선장이다"(I am the master of my fate, I am the captain of my soul.)로 끝난다. 인류의 대단한 능력과 엄청난 성취에 큰 인상을 받은 낙관주의 인본주의자들은 한때 헨리의 시의 이 구절이야말로 인류의 위상을 잘 대변한다고 주장했다. 이 재앙이 터지기 직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세상의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은 "코로나19가 우리 운명의 주인이요, 우리 몸의 선장"이 되어 있다. 그렇게 위세 당당했던 시진핑도, 트럼프도, 아베도, 메르켈도, 마크롱도 코로나19 앞에서 쩔쩔매고 있고, 올림픽도, 셍겐조약도 마구 흔들리고 있다. 그렇게 믿었던 금도 소용없고 달러를 무한히 찍어낸다 해도 주가는 폭락하고 있다.

  인간의 삶이 지나치게 인공적이 되어버려 이제는 사람이 그것을 제어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 책임질 한계를 넘어가 버린 것이 아닌가 한다. 이번 재앙을 계기로 현대인은 플라톤이 왜 모든 인공적인 것을 저평가했는지, 왁스로 날틀을 만들어 하늘 높이 오르다가 태양열에 녹아 떨어져 죽은 이카루스 신화가 왜 생겨났는지, 순천자(順天者)는 흥(興)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한다는 말(여기서 天은 자연을 뜻할 수 있음)이 무엇을 함축하는지 다시 한번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702   702. 타인과 이익을 함께 함[與人同利] - 정인재   20·09·22 53
701   701. 권위 - 권병규 20·09·15 148
700   700. '성숙의 불씨' 700호에 담아본 성숙의 의미 - 이택호 20·09·08 60
699   699. 리우의 선택 - 엄정식 20·09·01 175
698   698. 무산된 박용택 선수의 은퇴투어에 대한 단상(斷想) - 김도식 20·08·25 64
697   697. 환경보호가 선진의식의 시금석 - 손봉호 20·08·18 72
696   696. 우리는 여전히 소크라테스를 배우고 본받는다. - 김성진 20·08·11 80
695   695. 젠더 갈등과 성숙한 사회 - 김기봉 20·08·04 119
694   694. 선과 악 - 권병규 20·07·28 235
693   693. 좋은 리더와 훌륭한 리더 - 이택호 20·07·21 94
692   692. 세계화시대의 국제기구 - 엄정식 20·07·14 96
691   691. 정치의 팔이 짧아야 선진국 - 손봉호 20·07·07 88
690   690. 다양성을 허용하는 열린사회를 꿈꾸며 - 김도식 20·06·30 69
689   689. 지중해와 태평양, 그리고 한반도 - 김성진 20·06·23 79
688   688. 코로나19때문이 아닌 덕분에, 위기에서 기회로 - 김기봉 20·06·16 105
687   687. 항산(恒産)과 항심(恒心) - 정인재 20·06·09 91
686   686. 요플레 - 권병규 20·06·02 259
685   685. 한 시인과 우편배달부의 만남 - 이택호 20·05·26 114
684   684. 행복의 조건 - 엄정식 20·05·19 103
683   683. 선진국의 자격 - 손봉호 20·05·12 101
1234567891036
Copyright 1999-2020 Zeroboard / skin by GGAM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