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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1. 살맛 나는 세상 - 김도식
 관리자  | 2019·12·10 15:15 |
  지난 9월, 미국 플로리다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대학의 날'이란 행사가 열렸다. 대학의 날이란, 자신이 가고 싶은 대학을 알아본 후 그 학교의 로고가 붙은 옷을 입고 등교하는 날을 말한다. 테네시 주립대학교를 가고 싶어한 어떤 소년은 그 학교의 옷을 입고자 했지만, 동네에서는 원하는 옷을 구할 수가 없었다. 그는 할 수 없이 테네시 주립대를 상징하는 오렌지색 티셔츠에 손으로 'UT'(University of Tennessee의 약자)라고 쓴 종이를 붙여서 학교에 갔다. 한껏 들떠서 등장한 그 학생에게 선생님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반 학생들의 반응은 달랐다. 아직 성숙하지 못한 아이들은 삐뚤빼뚤 쓴 글씨의 종이가 붙은 옷을 입은 그를 놀리기 시작했고, 소년은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상처받은 학생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싶었던 선생님은 주변 지인들에게 도움을 청했고, 그 요청이 테네시 대학의 담당자에게 전달되었다. 그 학교에서는 소년에게 테네시 대학을 상징하는 공식 상품을 한가득 보내주었으며, 소년은 전달받은 물품을 기쁜 마음으로 같은 반 학생들과 나누었다. 그뿐 아니라, 대학 측은 소년이 종이에 쓴 글씨로 디자인한 티셔츠를 제작 판매하고, 그 수익을 '따돌림 방지 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아울러 테네시 대학은 그를 홍보 대사로 초청하기도 하였다.

  이번 일은 한 소년에게 깊은 상처로 남을 뻔했던 상황이었는데, 선생님과 테네시 주립대가 합심하여 그 소년에게 잊지 못할 기억을 선물로 남겨주었다. 미성숙한 급우들의 반응에 대하여, 주변 사람들이 힘을 합해서 따뜻한 결과로 만들어 낸 것이다. 기억은 영어로 remember 즉 다시 구성한다(re-member)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어떤 사건이 기억 속에 저장되는 과정에는 재구성 작업이 작동한다. 따라서 동일한 사건이라도 그 일을 겪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저장되는가는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서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에게 늘 좋은 일만 벌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번 소식은 설령 어떤 부정적인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말이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따뜻한 일들이 자주 일어날수록 우리 사회는 '살맛 나는 세상'에 더 가까워질 것이다. 추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연말연시에 우리가 모두 따뜻함을 느끼는, 살맛 나는 세상을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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