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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0. 첨단 과학기술의 과잉 - 엄정식
 관리자  | 2019·12·02 11:47 |
  오바마(B. Obama) 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미국의 한 IT기업 행사에서 연사로 초청되어 현대를 "새로운 정보시대(new information age)"로 규정하고 "지금 사람들은 어떤 것이 진실이고 또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한 "(보수 성향) 폭스 뉴스를 보는 사람은 (진보 성향) 뉴욕 타임스를 읽는 사람과 다른 현실 속에서 살게 된다"며 "유튜브나 인터넷에서도 하나의 토끼 굴(rabbit hole)만을 좇다 보면 갑자기 사물이 다르게 보이게 된다"고 말했다. 한 언론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과거에는 TV 방송국이 세 개밖에 없어 보수든 진보든 같은 TV쇼를 보며 무엇인가를 함께 공유했었다. 지금처럼 완전히 분리된 느낌은 아니었다"며 "지금은 사람들이 점차 위험한 방식으로 주변과 담을 쌓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바른 기술적 해결책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공통의 사회적 기반을 되찾을 것인가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첨단 과학기술이 야기하는 문제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적한 '새로운 정보'와 관련된 것만이 아닐 것이다. 생명 공학이나 환경오염, 인공지능이나 핵무기의 확산 등 인류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기술들이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특히 정보에 관심을 더 기울이는 것은 그것이 우리의 가치관이나 인생관,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인식의 주체인 자아를 변질시키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자기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뿐이다. 온전히 남의 입장이 되어 자신의 관점을 바꾼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우리에게는 주로 자신이 좋아하거나 호의적인 정보만을 찾아 기존의 가치관이나 세계관을 정당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별로 의식하지 않으며, 마치 자기만 객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튜브나 인터넷에서 제공하는 이른바 '토끼 굴'에 갇혀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면, 그만큼 편견이 심화될 것이고, 동시에 합리적인 사고방식과 개방적인 생활태도와도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늘날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인류는 완전히 새로운 문명사적 단계에 접어들게 되었다. 지금까지 인류는 생존을 위해, 혹은 삶의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과학기술을 발전시켜왔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혹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달성할 능력이나 수단이 부족해서 고심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과학기술로 인하여 필요한 수단과 능력을 지니게 되었으나 진정으로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혹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어야 하는 입장에 와 있다. 과학기술의 과잉으로 인해 원래 지녔던 욕구와 당위의 문제가 오히려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현대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가 과학기술의 발전에 호소하는 데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과학자들에게 그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대책이 무엇인가. 우선 우리가 과학기술 과잉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다음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자기도 자기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뿐이라는 점을 깨닫는 일이 중요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비로소 우리는 문제의 실마리를 어느 정도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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