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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8. 호스피스, 타나톨로지 그리고 생사학 - 김성진
 관리자  | 2019·11·19 19:42 |
  生과 死, 삶과 죽음은 서로 반대말이다. 우리의 생명 본능은 죽음을 나쁜 것으로 받아들인다. 본능적으로 죽음을 피하려 하며,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어떤 난관도 극복해 내려 한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죽음은 가장 나쁜 것이고 가장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살인은 최악의 범죄인가 하면, 범죄자의 법정 최고형도 사형이다. 그러나 우리의 생명 이해는 이보다 더 일차적이며 더 근원적인 차원을 가진다. 모든 생명체의 수명이 그 자체로서 이미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이 도리어 생명 가치를 보장해주는 본질적인 조건이 아닌가! 생명체의 이러한 시간적 한계를 우리는 아쉬워할 수 있지만, 따지고 보면 생명 가치는 도리어 죽음 때문에 보장된다. 영원히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도리어 그 소중함이 확보되는 그런 것이다. 그래서 삶과 죽음은 인간 존재를 규정하는 본질적인 한계이고, 각 개인에게 실존적인 문제로 다가온다. 각자의 삶을 구성하는 구체적 실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죽음과 관련해서, 특히 우리들 각자 자신의 삶과 죽음에 대해서 우리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우리 시대는 바야흐로 ‘웰빙(well-being)’의 시대이자 동시에 ‘웰다잉(well-dying)’의 시대다. 흔히 사람들은 젊어서는 고생을 좀 해서라도 편안하고 행복한 노년기를 누리기를 원한다. 그리고 노년기를 준비하는 마음 자체는 실은 죽음 준비이며 삶의 마무리를 준비하려는 것이다. 그 누구도 불행한 노년기 또는 불행한 죽음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복한 삶(well-being)’의 조건에는 ‘행복한 죽음(well-dying)’도 포함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묻는 것은 결국 어떻게 죽을 것인지에 관한 물음으로 이어진다. 이런 관심과 동기에 부응해서 나타난 학문 명칭도 ‘생사학(生死學)’ 또는 ‘죽음학(thanatology)’이다. 오늘날 전국의 여러 도시마다 사설 연구소나 교육 기관들이 ‘웰다잉 문화’를 주제로 강연과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그 수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이 제공하는 교육 활동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된다. 하나는 일반인 대상으로 죽음준비교육과정을 실시하며, 또 하나는 죽음준비교육 지도자 양성 교육과정을 운영한다.(사회복지법인 각당복지재단이 1991년 설립한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 2003년 설립된 한림대학교 생사학연구소 등 참조)

  우리나라에서 ‘웰다잉’이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던 또 하나의 현실적 배경을 언급해야 하겠다. ‘행복한 죽음’을 강조하면 할수록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현실의 주제는 자살이다. 1990년대 이후, 특히 1997년 IMF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2000년대로 진입한 이후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급상승하여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 자살 관련 통계 자료들을 보면 청소년층의 입시 스트레스, 노년층의 빈곤과 고독, 청장년층의 취업난 등을 흔히 대표적인 자살 원인으로서 꼽게 되지만, 자살 행동의 가장 집적적인 동기는 당사자의 마음속 고통과 괴로움 또는 절망감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이와 같은 마음속 고민과 고통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대화 상대다. 나 혼자만의 마음속 사정을 들어주고 공감해 줄 누군가가 필요한 것이다. 아무리 절망스럽고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문제일지라도 그것을 들어 주는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설명하는 행위 그 자체가 가져오는 아주 중요한 효과가 있다. 즉 나를 짓누르는 그 문제로부터 내가 비로소 거리를 두게 되는 그런 효과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금 현대 의학에서 호스피스 임종 간호와 죽음학(thanatologie)을 실천에 옮긴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를 상기하게 된다. ‘죽음학’은 일본, 중국, 한국 등 동양권에서는 ‘생사학’ 또는 ‘사생학’으로 불리면서 의학과 철학 및 상담학계에 자리 잡게 되었고, 오늘날 심리학과 기타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많은 관심과 연구 주제로 자리 잡았으며, 활발한 실천 프로그램의 개발에 힘쓰고 있다. 학술 연구와 함께 활발한 사회적 활동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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