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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2. 우상숭배 광란 - 손봉호
 관리자  | 2019·10·08 11:59 |
  기독교, 이슬람 등 유일신 종교에서는 절대자가 아닌 것을 절대자로 착각하고 섬기는 것을 우상숭배라 한다. 우상이란 가짜 절대를 뜻한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우상인 줄 알고 우상을 섬기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이다. "우상"은 오직 "어리석은 다른 사람들"만 섬긴다. 어쨌든 사람들이 따르는 절대가 다양한 것을 보면 상당수는 우상을 섬기고 있음이 분명하다.  

  현대인들, 특히 한국인들 상당수는 요즘 이념을 우상으로 섬기는 것 같다. 우파와 좌파는 그들의 이념을 죽고 사는 문제인 것처럼 추종하고 거기에다 충성을 바치기까지 하며, 이념이 다르면 친구끼리, 심지어 가족끼리도 원수가 된다. 심지어 종교인들까지도 이념에 푹 빠져 자신의 이념을 종교적으로 정당화하기까지 한다. 이념에 따라 세상사를 이해하고 객관적 사실도 이념에 어긋나면 부정하기까지 한다. 심지어 물체의 숫자까지 이념에 따라 달라지는 모양이다. 최근 한 시위에 참가한 사람의 수를 좌파는 200만 명이라 하고 우파는 5만 명이라 한다. 한 사람이 40명으로 보이든지, 40명이 한 사람으로 보이든지, 어쨌든 눈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 어느 쪽 눈이 더 망가졌는지 제삼자가 진찰해 주면 좋겠는데, 아무리 객관적이고 정확해도 자기 쪽에 불리하면 목이 달아나도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로 나를 혼란에 빠지게 하지 마라(Don't confuse me with facts!)"고 요구한다. 상황이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것"이 아닐까?

  숫자로 셀 수 있는 대상에 대해서도 이 정도라면 윤리적 평가 같은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철학자 포퍼는 마르크스주의의 윤리를 "도덕적 미래주의(Moral Futurism)"라 했다. 그들이 추구하는 미래 사회가 현재의 윤리적 판단 기준이란 것이다. 즉 윤리를 이념에 종속시킨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오늘 한국 좌파, 우파 모두에게 볼 수 있다. 보수는 전통적인 윤리를 존중하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이념으로 변질된 보수, 즉 우파는 좌파와 별다르지 않다. 최근에 지겹게 계속되는 조국 장관 논쟁에서 이런 현상이 아주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제 객관적 사실, 황금률 등 보편적 윤리기준 같은 것은 이념에 미친 사람들에게는 코걸이, 귀걸이에 불과하게 되었다.

  과거에 이념 광신자들이 무수한 사람을 죽인 것을 고려하면 요즘 우리 사회에서 "거룩한 확신"을 가지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날뛰는 광신도들에게 공포 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가도 나라가 무사할까?" "이런 세상에서 내가 무사할까?"

  그러나 과거에도 그랬듯이 이런 이념 따위는 조만간 우상으로 드러날 것이고, 이념에 목을 매었던 자들은 후회하고 부끄럼을 당할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 생겨날 수밖에 없는 낭비와 폐해는 이념과는 무관한 일반 서민들도 당해야 한다는 사실이 억울하다. 이 미친 판 가르기에서 벗어나 회색분자란 욕을 먹으면서도 이성과 균형을 잃지 않는 성숙한 지성인들이 많이 일어나서 이 광란을 가라앉혀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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