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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1. 뭣이 중헌디 - 김도식
 관리자  | 2019·10·01 10:30 |
  한국 시간으로 9월 27일 오전에 필라델피아 이글스(Philadelphia Eagles)와 그린베이 패커스(Green Bay Packers)의 미식축구 경기가 있었다. 두 팀 모두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팀인데, 패커스는 현재 3승 무패인 반면 이글스는 1승 2패여서 이번 경기를 지면 이번 시즌 전체가 망가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경기가 채 1분도 남지 않았는데, 패커스가 상대방 진영 거의 끝까지 와서 동점 내지는 역전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 팀 모두 절박했지만, 특히 이글스는 더욱 심했다. 이번 시즌이 걸려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다음 플레이에서 이글스의 아본테 매덕스(Avonte Maddux)라는 수비수가 자기편 선수와의 충돌로 인해 운동장에서 꽤 오랫동안 일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경기에 몰입해서 열광하던 관중들은 물론, 서로 죽일 듯이 싸우던 두 팀 선수들도 숙연해졌다. 이글스 선수들은 쓰러진 선수들 옆으로 모여서 큰 부상이 아니기를 빌었고, 패커스 선수들도 자기 진영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며 선수의 안녕을 기원했다. 그 순간, 경기의 승패보다는 그 선수의 건강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유학생일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때는 마이크 어틀리(Mike Utley)라는 디트로이트 라이온즈 선수가 경기 중 충돌로 하반신이 마비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선수가 구급차에 실려 가는 장면을 보면서 해설자가 한 말이 기억난다. "우리가 그렇게 몰입하고 중요하다고 여겼던 이 경기의 승부가 어틀리 선수의 부상을 직면하면서 이렇게 하찮은 일이 되는군요." 선수의 부상이라는 사건이 경기에 빠져 있던 우리 모두를 현실로 돌아오게 만든 것이었다.

  요즘 여야가 싸우는 것을 보면 위의 사례와 비슷한 요소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우리나라의 정세는 경제도 어렵고 외교도 힘든 상황이다. 경제성장률은 해마다 떨어지고 있고 먹고살기 어렵다는 볼멘소리를 할 힘도 없어진 사람들이 많다. 일본은 연일 망언을 쏟아붓고 있으며, 미국은 우리의 방위비분담을 늘이라고 종용하고 있다. 중국은 늘 우리에게 위협이었고, 북한과도 사이가 진전되는 듯하더니 도루묵이 되는 추세이다. 온 국민이 힘을 합쳐도 헤쳐나가기 어려운 처지인데 정치인들은 아직도 사리사욕(私利私慾)과 당리당략(黨利黨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싸움만을 지속하고 있다. 미식축구는 보는 사람에게 오락거리라도 주며 선수가 부상당하면 그 선수를 돌보는 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들이 따로 있지만, 국가의 명운(命運)은 국민들에게 오락거리가 아니며 국가의 안녕이 위태롭게 될 때 그것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 역시 현재 국정을 다루는 사람들이다. 미식축구 선수는 경기가 자신들의 직업이기에 부상 선수가 경기장을 떠나면 다시 경기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국정을 책임지는 사람들은 국가 발전에 기여하라고 선정된 사람들이기에, 복잡한 국가의 현안을 뒤로하고 논쟁만 하는 것은 그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포기하는 일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하여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써도 시원치 않을 판인데, 정치가들은 위기의 국가를 내팽개치고 정쟁(政爭)만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밖에 없다. 올바른 투표권의 행사이다. 총선이 내년 4월에 있다. 선거유세기간이 오면 후보자들은 분명 감언이설(甘言利說)로 표를 얻으려 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선거에 나올만한 사람들이 과연 국가를 위해서 어떤 일과 말을 하고 있는지, 국가를 위해서 온몸을 바쳐 희생하고 있는지, 아니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국가는 내동댕이치고 있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아야 한다. 그리고 비례대표 선거에서도 국가의 안녕을 진정으로 책임질 정당을 골라내야 한다. 그래서 잘 하고 있는 사람과 정당은 뽑아주고 자신의 맡은 바 일을 못하는 사람과 정당은 국회에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 어떤 영화에서 유명해진 대사처럼 "뭣이 중헌디?"를 정치인들이 깨닫지 못하고 있다면 국민들이라도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그래야 우리나라가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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