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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8. 동서 의학의 철학배경 - 정인재
 관리자  | 2019·09·10 11:17 |
  오랫동안 의자에 앉아서 책을 보고 컴퓨터를 두드리다 보니 드디어 일이 터졌다. 척추 협착증이 오고야 말았다. 마취를 통해 수술을 받고 나니 이젠 편히 걸을 수 있었고 또 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현대 의학의 장점을 몸소 체험했다. 그런데 5 미터 앞에 들어오는 전철을 타려고 뛰어가다 넘어져 2년 가까이 지팡이 신세를 져야 했다. 다행히 뼈가 다치지 않아 물리치료를 받았다. 한의원에서 침을 맞기도 하였는데 아픈 왼쪽 다리가 아니라 오른쪽 엄지발가락 위에 침을 놓는 것이었다.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지금은 많이 호전되었다. 이번 계기로 양한방의 치료를 받으면서 두 의학이 가지고 있는 철학적 배경이 궁금했다.

  병원에 가면 우선 혈압을 재고, 혈액과 소변을 채취하고 CT, MRI, X레이 등 수많은 검사를 받는다. 병원은 나타난 수치와 찍힌 사진을 해독하여 질병의 원인을 밝혀낸다. 필요하면 마취에 의한 수술을 결정한다. 이 모든 것을 수량화하여 인과론적인 설명을 한다는 점에서 과학적이다. 서양의학이 오늘날처럼 비약적인 발전을 한 것은 근대철학의 사유에서 비롯하였다. 특히 데카르트 이후 인간의 몸을 길이와 부피의 연장성(延長性)을 가진 물체로 파악했다. 이렇게 되면 몸은 정교한 기계나 다름이 없다고 하여 라 메트리는 인간기계론을 주장했다. 서양의 해부학이 급속도로 발전한 것도 이러한 철학에 기인한 것이다. 대개 수술을 하기 전에 마취를 하게 되는데 이것은 잠시 몸을 죽여 놓고 몸의 연장성에 따라서 병든 부분을 제거하고 어떤 경우에는 인공적인 것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혈관이 막힌 경우도 인공 스텐트를 집어넣어 뚫기도 한다. 미세한 혈관에서 생긴 찌꺼기를 꺼내고 난 뒤 다시 봉합하는 기술이 우리나라는 세계적이라고 한다. 이 모두가 인체를 연장성으로 파악하는 근대과학의 기계적 자연관에서 나온 성과이다.

  전통의학은 이와는 다른 방법으로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우선 의원에 가면 진맥부터 시작한다. 이것은 맥박이 뛰는 것으로 환자의 기운[氣]의 흐름을 파악하는 방법이다. 전통의학은 우리의 몸은 기(氣)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흐름으로 되어 있다는 동양철학의 기초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한의학에 따르면, 우리 몸에는 경락(經絡)이 있다고 한다. 경락이란 쉽게 말해 기(氣)의 정거장이다. 이것은 살아 있는 몸에만 있는 것이지 죽은 몸 혹은 마취된 몸에는 발견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이 경락에다 침을 놓거나 뜸을 뜨면 질병이 사라지는 것이다. 내가 타이완에서 유학할 때 감기에 걸리면 뜸을 뜨곤 했는데, 그러고 나면 곧장 회복되곤 하였다. 그런데 우리나라 현행법상 남에게 뜸을 떠주면 안 되게 되어 있다. 많은 사람을 뜸으로 고쳐도 안 된다. 김남수 옹이 바로 그 케이스이다. 십여 년 전 천부의 기(氣)를 타고난 한 분이 있었다. 그분의 마사지를 받으면 모든 질병이 없어지며, 루게릭병, 파킨슨병은 물론 심지어 암까지도 완치된다고 한다.[지금은 연락 두절] 나와 같은 과에 근무했던 K 교수는 주위 분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분의 기(氣) 마사지를 받고 파킨슨병에서 해방되어 지금도 건강하다고 한다. 그러나 제도권에 있는 한의사들은 이런 작업을 하지 않는다. 다른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서양의학은 과학적 방법으로 검사한 데이터를 해독하여 질병을 진단하고, 그에 따라 수술까지 하여 환자를 회복시킨다. 전통의학은 신체에서 기(氣)의 경락에 침을 놓거나 뜸[최근에는 전자 뜸]을 떠서 환자를 치유한다. 사실 기(氣)의 흐름은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기(氣)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다. 인간의 몸을 연장성으로 보건 기의 흐름으로 보건 모두 동서철학의 철학적 사유의 산물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의학은 철학을 배경으로 해서 나온 것이다. 동서양 의학은 각기 자신의 장점을 살려 환자들의 건강한 삶에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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