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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4. 장애인 복지와 차등의 원칙 - 손봉호
 관리자  | 2019·08·13 16:10 |
  지난 4월에 장애인복지를 위해 활동하는 밀알복지법인이 헬렌켈러센터를 설립하였다.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는 복합장애인 복지를 연구하고 실천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시청각 복합장애인이 약 만 오백 명 정도 되지만, 아직까지 이런 복합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복지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지난 8월 6일에서 11일까지 제4회 대한민국국제장애인무용축제(KIADA)가 대학로 아르코 극장에서 열렸다. 예술 활동은 장애인 복지의 높은 단계라 할 수 있는데, 예술 가운데서도 무용은 장애인들에게 가장 어려운 분야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그리고 유일하게 국제 장애인 무용제를 네 번이나 개최하게 된 것이다. 선진국 장애인 무용수들이 부러워하고 있다. 해마다 차이는 있지만 4, 5개국에서 무용단 10여 개가 참가해서 국내 무용단들과 함께 5일간 공연했다. 올해에는 스페인, 일본, 독일-아르헨티나, 스페인-쿠바 등 6개국 12개 무용단이 공연했다. 한 영국 전문가는 한국 장애인무용 수준이 매우 높다고 칭찬했다.

  이 둘은 모두 상당한 액수의 경비를 요구하되, 경제적으로는 물론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한다. 이들 행사에 직접 관계하면서 이들에 대한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인적 투자가 상당히 큰데, 그런 투자가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 고민해 보았다. 시청각 복합장애인과의 소통은 청각장애인의 수화나 시각장애인의 점자가 아닌 지압(指壓)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접촉점을 만드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다. 설리반 여사의 헬렌 켈러 교육이 그렇게 유명해진 것도 그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장애인 무용제도 소액의 관람료를 받기는 했지만, 오히려 관람해주는 것을 고마워해야 할 상황이다. 예술적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라, 장애인 무용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아직도 매우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 복지에 소요되는 비용을 다른 곳에 쓰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나 생각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복합장애인 복지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시각장애인 혹은 청각장애인에게 투여해서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혜택을 받도록 한다든가, 장애인에게 매우 힘들고 비용도 많이 드는 무용보다는 상대적으로 쉽고 비용이 적게 드는 장애인 음악이나 미술에 투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지금 전체 인구에서 장애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13.8%인데, 그 비용으로 장애의 범위를 여러 선진국처럼 15% 정도가 되도록 확대할 수도 있다. 가장 많은 사람의 가장 많은 행복을 가져오는 것이 윤리적이라는 공리주의 원칙도 있지 않은가? 복합장애인 한 사람의 의사소통에 필요한 인력과 비용으로 청각장애인 여러 사람의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되거나, 지체 장애인 한 사람의 무용을 위해서 들어갈 비용으로 시각 장애인 여러 사람이 음악 연주를 할 수 있다면 늘어나는 행복의 총량 혹은 줄어지는 고통의 총량은 오히려 후자들의 경우에 더 크지 않겠는가?

  그런데 여기에 공리주의에 가해지는 비판이 바로 적용될 수 있다. 다수의 행복을 위하여 소수, 심지어 한 사람의 희생이라도 요구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사회적 비용을 많이 요구하는 약자가 자발적으로 양보하고 포기하지 않는 한 아무도 그런 희생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 국가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모든 개인의 행복권, 자유권 등 기본인권은 경제적 비용, 수적 다과에 종속시킬 수 없다.

  물론 사회적 자원이 한정되어서 모든 사람의 기본 복지를 보장하지 못할 때는 하는 수 없이 취사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사회는 오히려 롤즈(John Rawls)가 말한 "최소수혜자의 최대이익(the greatest benefits to the least advantaged)"이라는 차등 원칙(difference principle)을 적용하는 것이 정의의 요구에 부합하는 것이다. 시각 혹은 청각 장애보다는 복합장애가 더 힘들고, 음악, 미술보다는 무용이 더 힘들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더 어려운 사람들부터 먼저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늦었지만, 복합장애인 복지, 장애인 무용에 관심이 일어나는 것은 우리의 복지 수준과 사회정의가 한 단계 높아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올해 장애인무용제에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수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많았다. 다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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