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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 게임의 문화철학 - 엄정식
 관리자  | 2019·07·02 12:49 |
  최근에 언론이 보도한 바와 같이 세계보건기구(WHO)는 일상생활이 안 될 정도의 과도한 게임 몰입을 일종의 질병으로 분류(gaming disorder, 게임장애)했다. 게임은 현대인의 놀이문화의 하나로서 다른 놀이와 마찬가지로 여가를 즐기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과하면 건강에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게임 산업은 이러한 결정으로 인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국내 게임업체 대부분이 중독성이 높은 게임 장르로 꼽히는 'MMORPG(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를 주력으로 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수 이용자가 온라인으로 접속해 각자 캐릭터를 키우면서 역할을 수행하는 게임이다. 게임 속 캐릭터는 이용자의 분신과 같은 존재여서 그 능력치는 현실의 사회적 지위와 같다고 하며, 그것은 매일 접속해 캐릭터에 매달려야 커진다. 게임 업체는 이를 '몰입도'라고 부르며 좀 더 유사한 상황을 게임에서 구현하는 데 주력한다. MMORPG 장르의 대표 게임인 '리니지'에서는 이용자들이 게임 속에서 다투다가 현실 세계에서 실제 폭행까지 벌일 정도라고 한다.

  게임에는 사행성 요소도 있다고 한다. 캐릭터에 필요한 무기를 살 때 '확률형' 아이템이라는 방식도 쓴다는 것이다. 이용자는 수차례 뽑기를 거듭하면서 좋은 무기가 나오기를 바라는 것이다. 더구나 '게임중독이 있으면 특정 질환이 함께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조사도 나와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게임 업계의 중독성 경향은 PC 게임뿐만 아니라 모바일 게임에서도 반복되고 있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게임 업체가 돈벌이가 잘 되는 특성 장르에만 쏠리고 '게임 몰입도'라는 명분으로 중독성을 일부 조장해온 측면도 없지 않다"고 했다. (《조선일보》 2019년 5월 29일)

  한편 게임학회와 관련된 협회나 기관 등 88개 단체는 '게임 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 대책 위원회'를 결성하고 최근에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위원회는 "아직 게임 중독이 질병이라는 충분한 근거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WHO의 질병 코드 지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또한 "4차 산업 혁명시대에 가장 중요한 분야 중 하나인 게임·콘텐츠 산업의 뿌리가 흔들릴 것"이라며 "게임 중독의 질병 지정이 각종 게임 규제를 부활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게임 업체에 매출의 일정 비율로 '중독치유 부담금'을 부과하거나, 게임 셧다운제 적용 시간대를 늘리는 식의 규제 강화를 우려하는 것이다.

  게임 업체들은 게임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는 데 대한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 게임은 놀이문화의 일부이다. 놀이문화에는 경제적 측면도 있지만 문화적 측면도 있다. 게임을 통해서 경제적 이득을 증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게임에는 교육적 기능도 있고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는 역할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므로 게임에 질병적 요소가 있다면, 건전한 놀이문화의 창달을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진단과 적절한 처방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임'에는 전통적 놀이문화와 달리 첨단의 과학기술이 활용되고 있으며, 이러한 사실은 이른바 '게임의 몰입도'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과학기술은 오늘날 현대인에게 불필요한 욕구를 자극하는 기능도 있다는 사실을 특히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파인만(Richard Fyneman)이 지적한 대로 천국의 열쇠가 될 수 있지만, 그것으로 지옥의 문도 열 수 있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가 게임의 몰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이유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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